패럴림픽 메달 자신하는 장애인하키 대표 이종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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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이탈리아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는 이종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세계선수권 이탈리아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는 이종경.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하키의 매력이요? 부상이죠."
18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세계 장애인 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이탈리아전 직후 만난 이종경(44·강원도청)의 표정은 밝았다.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 14년 하키 인생의 마지막 목표인 패럴림픽 메달 꿈이 눈 앞에 와 있다는 걸 확신하는  확신하는 듯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종경은 2002년 6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러 대천해수욕장에 갔다. 수백 번이나 뛰어내린 낙하산이 그날은 이상했다. 속도가 줄지 않았다. 결국 사고로 척수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휠체어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었다. 장애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그와 같은 중도장애인이다. 이들은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이종경도 그랬다. 활달했던 성격 때문에 재활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답답했고 괴로웠다. 그 때 만난 게 장애인 아이스하키다. 병원에서 알게 된 환자 덕분에 아이스하키를 시작했고, 희망을 느꼈다. 그는 "사람을 만나고 몸을 부대끼다 보니 재활에 도움이 됐다. 장애인이야말로 스포츠가 필요하다. 나도 하키 덕에 빨리 이겨낼 수 있었다. 장애인 하면 약한 이미지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그는 5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도 생각하고 있다.
장애인하키는 아이스슬레지하키라고 부른다. 스케이트 대신 특수 제작된 썰매(sledge)를 타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1m35㎝)보다 짧은 80~90㎝ 스틱 2개를 사용한다. 스틱 한 쪽 끝에 톱니 모양의 픽(pick)이 있다. 이 픽으로 썰매를 지치고 스틱으로 퍽을 때린다. 우리 나라에선 1998년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장애를 입었던 고(故) 이성근 감독이 일본에서 전용 썰매를 기증받은 이후 시작됐다.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 정승환 이종경 한민수(왼쪽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 정승환 이종경 한민수(왼쪽부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아이스슬레지하키는 동계 패럴림픽 종목 중 가장 격렬하다. 몸싸움도 아이스하키 못지 않다. 날카로운 썰매날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이종경은 그런 격렬함에 반했다. 취미로 하키를 하다가 2006년 '직업 선수'가 됐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강원도청이 아이스슬레지하키 팀을 창단하면서다. 강원도청 선수들은 7급 공무원에 준하는 연봉(평균 3000만원)을 받는다.  현재 국가대표 17명 중 14명이 강원도청 소속이다.
선수들 생활이 안정되자 한국 대표팀 기량도 급상승했다. B풀(2부리그) 최하위던 한국은 2008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 A풀(1부)로 올라갔다. 2010년엔 밴쿠버 패럴림픽에도 출전했고,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는 세계 최강 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패럴림픽 테스트이벤트인 이번 대회에선 예선 3위(3승3패·승점10)로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이종경은 "실업팀 덕분에 걱정없이 하키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하나만 더 생긴다면 대표팀 경쟁력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와 3·4위전은 공교롭게도 장애인의 날인 20일 오후 3시 열린다. 그는 "나도 장애를 입기 전엔 장애인의 날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 주장 이종경(오른쪽)이 9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패럴림픽 B조 예선 1차전 3피리어드에서 동점골을 넣은 조병석과 기쁨을 나누고있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하반신 장애를 지닌 선수들이 특수 썰매를 타고 펼치는 아이스하키다. 선수들의 썰매에 새겨진 태극기가 선명하다. [뉴스1]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 주장 이종경(오른쪽)이 9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패럴림픽 B조 예선 1차전 3피리어드에서 동점골을 넣은 조병석과 기쁨을 나누고있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하반신 장애를 지닌 선수들이 특수 썰매를 타고 펼치는 아이스하키다. 선수들의 썰매에 새겨진 태극기가 선명하다. [뉴스1]

이종경은 패럴림픽에 두 차례 나갔다. 2010년엔 6위, 2014년 소치에선 7위를 했다. 홈에서 열리는 내년엔 가족들 앞에서 목에 메달을 걸고 싶다. 그는 "소치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에서 러시아까지 이겨 기대가 컸는데, (7위를 해) 실망이 컸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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