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리는 아이를 보고 무작정 뛰었다"…테러 현장서 카메라 두고 구조에 나선 시리아 사진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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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시리아 알레포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에서 어린이를 구한 시리아 사진기자가 화제다. 공격을 당한 버스 행렬에는 시아파 주민들이 타고 있었다. 이 테러로 어린이를 포함한 126명이 숨졌다.

시리아 인권활동가이자 사진기자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Abd Alkader Habak)는 당시 현장을 취재하다 폭발의 충격으로 잠시 의식을 잃었다. 하바크는 17일(현지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깨어나 보니 카메라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나도 그 옆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신을 차린 하바크의 눈앞엔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끔찍했다. 눈앞에서 어린이들이 울부짖으며 죽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바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상처를 입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어린이들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무작정 그곳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쓰러진 아이들을 건드리면서 생사를 확인했다.

시리아 알레포 인근 폭탄테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한 시리아 사진기자 아브르 알카데르 하바크 [사진 CNN 캡처]

시리아 알레포 인근 폭탄테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한 시리아 사진기자 아브르 알카데르 하바크 [사진 CNN 캡처]

시리아 알레포 인근 폭탄테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한 시리아 사진기자 아브르 알카데르 하바크 [사진 CNN 캡처]

시리아 알레포 인근 폭탄테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한 시리아 사진기자 아브르 알카데르 하바크 [사진 CNN 캡처]

그중 한 아이의 목숨이 간신히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한 하바크는 오른손에 카메라를 쥔 채 아이를 끌어안고 앰뷸런스를 향해 달렸다. 그는 “아이의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얼굴을 보고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아이가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올려다봤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 있던 카메라에 당시 혼돈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어 다른 생존자를 찾아 나선 하바크는 곧 주저앉고 오열하고 말았다. 쓰러진 다른 아이를 안으려고 했으나 숨이 이미 멎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바크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나와 동료들이 목격한 현장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바크의 용기 있는 행동을 그의 동료 무함마드 알라게브(Muhammad Alrageb)가 촬영했다. 그 역시 부상자들을 구조하던 중이었다. 알라게브는 하바크의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책임을 다한 이들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해 모든 걸 촬영하고 싶었다”며 “테러 현장에서 부상자를 구조하는 젊은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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