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파세요”…카톡에 넘어가 통장 팔면 나도 범죄자

중앙일보

입력

취업 준비생인 A씨는 스포츠 토토와 관련해서 통장 명의를 15일만 빌려주면 하루에 30만원씩 준다고 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용돈 받기가 눈치 보이던 차에 이게 웬 떡인가 싶어 연락했더니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내달란다.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도 아니고 통장에 돈도 없던 터라 별 의심 없이 상대방이 알려준 주소로 통장 등을 퀵서비스로 보냈다.

금감원, 불법금융광고 소비자 주의 당부 #인터넷 광고서 문자메시지ㆍ카톡으로 진화 #허위서류로 대출 받은 사람도 처벌

 그날 저녁 식사 시간에 이런 얘기를 아버지에게 했더니 뭔가 이상하다며 계좌를 확인해 보자고 했다. 인터넷으로 조회해 봤더니 모르는 사람들 돈이 여러 차례 입금됐다. A씨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금융감독원에 상담을 신청했다.

 조사 결과 A씨 계좌에 입금된 돈은 사기범이 보이스피싱을 통해 빼앗은 돈이었다. A씨는 괜히 공돈 생기겠지 하는 마음에 통장을 빌려줬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자료: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감독원

 A씨처럼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받고 통장을 매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인터넷상 불법금융광고를 모니터링해, 통장매매ㆍ미등록대부 등 불법 광고물을 1581건 적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에 폐쇄 및 게시글 삭제 등의 조치를 의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2015년(2273건)보다는 30.4%(692건)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광고매체가 오픈형 사이버공간에서 문자메시지ㆍ카카오톡 등  폐쇄형 모바일 공간으로 전환되는 등 풍선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박중수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통장을 매매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가담하는 게 될 수 있다”며 “통장을 매매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도된 통장이 범죄에 사용된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으며,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되어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또 허위서류를 이용한 대출, 일명 ‘작업 대출’에도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작업 대출은 ‘신용도와 관계없이 대출 가능’, ‘맞춤 신용대출’ 등의 문구를 사용해 대출받기 곤란한 무직자나 저신용자 등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 등 대출 관련 서류를 위ㆍ변조하는 경우다.

 박 팀장은 “대출을 받기 위해 재직증명서ㆍ급여명세서 등을 위ㆍ변조하거나 이에 응하는 행위는 대출사기”라며 “문서 위조범과 함께 대출받은 사람도 징역형ㆍ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ㆍ변조한 문서가 공문서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사문서인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감원은 대부업체와 거래할 때에는 먼저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불법 금융광고를 발견하면 금감원 홈페이지 ‘사이버 불법금융행위 제보’란에 제보하고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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