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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찬성으로 통과 예상…개인들, 산은에 대한 불만 성토장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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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운명을 쥔 사채권자 집회가 17~18일 이틀간 5차례 열린다. 16일 오후 늦게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극적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채무재조정 안건은 집회에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발행 채권 1조3500억원의 약 30%인 3887억원을 들고 있는 최대 투자자다.

17~18일 사채권자 집회, 오전 10시 첫 집회 #약 30% 국민연금 막판 찬성으로 무난 통과 #상환 가능성 높았던 21일 만기 채권 투자자 #“대주주 산은 책임론 불만” 돌발 행동 우려

17일 오전 10시 가장 먼저 열리는 집회는 올해 7월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원(4-2)이다. 사학연금(500억원)ㆍ국민연금(400억원)ㆍ우정사업본부(400억원)ㆍ중기중앙회(200억원) 등이 주요 투자자다. 다른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르기로 한 만큼 통과가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장 처음으로 열리는 집회인 만큼 산업은행의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회사채 투자자들의 불만과 대우조선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집중 질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집회는 오는 11월 만기 2000억원(5-2)에 대한 회사채 집회다. 국민연금(275억원)보다도 우정사업본부(490억원)나 수협(400억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우정사업본부가 “국민연금과 같이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역시 통과가 무난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5시 열리는 4400억원(6-1)에 대한 회사채 집회가 전체 5차례 집회의 하이라이트다. 오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가장 ‘문제가 됐던’ 채권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이 회사채에 대한 우선 상환을 산은에 요구했으나 산은은 ‘형평성’ 원칙을 들어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1900억원을 들고 있어 집회 안건 통과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까지만 해도 만기 상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채권이다. 대우조선 ‘워크아웃’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직전인 지난달 중순엔 만기가 다가오면서 채권 가격은 9300원선까지 올랐다. 이후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면서 급락, 결국 지난 12일 3698.9원에 거래를 마쳤다.

언론에서 대우조선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산은은 “4월 위기설 근거 없다. 유동성 문제 없다”는 반박 자료를 내왔던 터라 개인 투자자들이 만기 상환을 노리고 장내에서 채권을 사들였다. 이들은 특히 조기 대선 마당에 정부가 대우조선에 대한 칼을 빼 들기에는 부담이라는 판단에 “다른 회차는 몰라도 4월 21일 만기인 6-1은 상환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했다.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국민연금 찬성으로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지만 6-1 집회에 참석해 산은 책임론을 주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집회 결과와는 관계없이 개인 투자자들의 돌발 행동이 우려된다.

2018년 4월 만기되는 600억원과 관련한 네 번째 집회는 1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500억원을 들고있는 신협(300억원)과 중기중앙회(200억원)가 참석한다. 마지막 집회는 내년 3월 만기인 3500억원 회사채가 대상으로 1100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키를 쥐고 있다. 신협의 경우 ‘출자전환할 경우 주식에 투자하는 셈인데 주식투자가 가능한 계정이냐’는 문제가 나왔지만 금융위의 유권 해석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각 회차마다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집회가 성립되며, 참석 채권액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안건이 가결된다. 또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5회 집회 중 단 1회만 부결이 나도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즉각 돌입한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6일 오후부터 투자위원회를 진행한 결과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은 수용하기로 했다고 17일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짧은 입장 자료를 통해 “대우조선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우조선의 재무적 상태와 경영정상화 가능성, 재무적 투자자로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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