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우조선 만기채권 ‘보장’ vs ‘보증’…산은ㆍ국민연금 막판 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막판까지 진통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안을 두고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의 실무진이 14일 오전 현재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산은과의 협상이 길어지면서 이날 오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산은ㆍ국민연금 수장 전격 회동 #“큰 틀서 진전”…그러나 실무진 이견 #14일 오전 예정 투자위원회 미뤄질 듯

익명을 요청한 국민연금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와 이동걸 산은 회장이 만나 큰 틀에서는 진전을 보였지만 이후 실무진 협상에서 서로의 입장이 달라 회의가 길어지고 있다”며 “이 결과를 가지고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야 하는 만큼 투자위원회는 오후가 돼야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동걸 산은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CIO의 면담이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앞서 이 회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을 이끄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과 면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과의 협상 여지는 100%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도 “산은과 만나 ‘막판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국민연금 강 본부장과 이 회장의 회동이 전격 성사됐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 이후 양 기관의 수장이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극적 타결’ 가능성을 점쳤다. 익명을 요청한 산은 관계자는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의 면담 직후 “현재까지 합의된 바는 없으나 양 기관 수장들이 만난 것 자치게 상황 호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내일(14일) 보다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순조롭게 끝날 줄 알았던 양 기관의 협상은 그러나, 실무진선에서 진통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3년 만기 연장하는 채권 50%에 대한 상환 가능성 여부다. 산은은 이 채권에 대해서도 상환우선권을 주고,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는 에스크로 계좌에 만기 일정이 다가오면 돈을 넣어 상환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추가 지원하는 2조9000억원 한도 안에 이미 만기 연장 채권 상환에 대한 자금 수요까지 감안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100% 상환이 가능한 장치를 요구한다. 대우조선이 아니라 국책은행인 산은의 상환 ‘보증’이다. 국민연금은 2조9000억원 자금 지원 한도 안에 채권 상환액이 포함돼 있다고 하지만, 산은의 계획과 달리 조선업 불황 등으로 대우조선이 3년 안에 정상화하지 못하면 에스크로 계좌를 만들어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로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최근 2018년부터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던 당초 조선 업황 전망과는 달리 회복이 더딜 것이라고 수정했다. 2018년 이후 선박 발주량을 종전 전망치 2950만CGT(표준화물톤수)보다 390만CGT나 감소한 2560만CGT로 낮춰 잡았다.

앞서 2015년 10월 속칭 ‘서별관회의’를 통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한 후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공언했던 금융당국과 산은 등이 2년도 안 돼 2조9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한 것도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못 미더운 부분이다.

만기 연장 채권에 대한 산은의 ‘보장’ 제안과 국민연금의 ‘보증’ 요구 사이에서 입장차를 어떻게 좁히느냐에 이날 실무진 회의가 마무리되고, 이 결과를 가지고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찬반, 혹은 기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이 이뤄지는 사채권자 집회는 다음주인 17~18일 열린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