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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선후보 조르는 지자체, 지역개발 요구 벌써 69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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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큰돈이 드는 지역개발 사업을 대선주자들에게 쏟아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7일을 앞두고 갈 길 바쁜 대선주자들이 지역 표를 얻기 위해 공약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주문한 것이다. 본지는 13일 전국 16개 시·도(서울 제외)가 내놓은 대선 관련 지역개발 사업 내역을 조사했다. 지자체의 요구 중엔 고속철도·지하철·고속도로·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쏟아지는 공약 주문 #지자체 공동 발굴사업 28개 #고속철도·고속도로·터널 #대부분 길 뚫어달라는 요구 #“후보, 표 유혹 빠지지 말아야”

자료 : 각 지자체

자료 : 각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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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X축 고속 교통망 구축사업’ 등 2개 이상의 광역 시·도가 제휴해 고속철도·지하철 등을 뚫어 달라고 요구하는 ‘지자체 공동’ 사업만 28개다. 이들 사업비를 합하면 사업비만 69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대구·광주광역시 등 영호남 8개 시·도가 함께 내놓은 철도 건설 요구만 6개 노선이며, 필요 예산은 24조4423억원이다. 대전·충남 등 충청권 지자체들이 연합해 요구한 철도·지하철 건설 사업도 10개(21조4631억원)다. 이들 16개 사업만 합쳐도 46조원이 든다. 또 전남 여수~경남 남해 간 동서해저터널(5040억원) 건설 등 해저터널·고속도로를 뚫어 달라는 요구는 12개다.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 예산(22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 가운데 대선후보들이 덜컥 물 가능성이 큰 공약은 대구와 광주시가 동시에 밀고 있는 대구~광주 고속철 건설 사업(사업비 4조8987억원)이다. 영호남 표심을 잡을 ‘일석이조’ 성격이 강하다. 충청권의 숙원 사업인 중부권 동서내륙철도(충남 서산~충북 청주시~경북 울진군 구간 349.8㎞) 건설 사업도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업비 8조50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채택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업도 많다. 광역 시·도별로 20개 안팎이며, 전국적으로는 3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조현수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의 공약 제시에 대해 “대선 공약집 반영 여부에 따라 사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다 보니 지자체들이 지역 현안 사업을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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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선 지자체가 지역 민원을 담은 공약을 먼저 만들어 대선주자에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 조광현 대구 경실련 사무처장은 “조기 대선으로 조급해진 후보들 입장에선 사업비가 많이 들어도 대규모 건설 공약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이 조기 대선을 겨냥해 지역개발 공약들을 대거 발굴한 만큼 이런 공약에 대해 대선주자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남창우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단순히 공약 이행과 불이행의 문제가 아니라 추후에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수원·군산=김윤호·김민욱·김준희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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