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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구조조정, 민간자본이 주도하게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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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부와 국책은행이 만든 채무조정안에 회사채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동의하느냐, 마느냐. 최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3주째 벌어지고 있는 줄다리기다.

대우조선식 채권은행 위주는 한계 #공공·민간자금으로 8조 펀드 조성

정부가 이러한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주체를 민간 자본시장으로 바꾸기 위해 8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정책금융기관 등이 4조원의 마중물을 공급하면 민간 운용사가 4조원을 매칭투자하는 방식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

금융위가 발표한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채권은행 주도로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는 현 체계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본시장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것이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므로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이 시장에 확립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민간 사모펀드(PEF)가 부실기업 채권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기업이 정상화되면 이를 비싼 값에 팔아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지금도 기업 부실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인 ‘기업재무안정PEF’가 45개 운용되고는 있지만 규모가 작아서(평균 869억원) 구조조정의 주도적 역할을 하긴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산은·수은·기은)과 유암코의 출자로 5년간 4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펀드’를 만들어 판을 키우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이 자금을 투입하면 민간운용사가 1대 1 매칭펀드 방식으로 투자하는 구조다. 따라서 총 펀드 규모는 8조원으로 불어난다. 이렇게 정책금융기관과 민간에서 자금을 모은 운용사는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인 뒤 출자전환, 지분투자 등을 통해 경영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2조원(정책금융기관 1조원, 민간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부실 중견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채권은행이 부실기업 채권을 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제3자가 일종의 참고가격을 제시하는 제도도 생긴다. 지금은 은행이 장부가격보다 낮게 팔아 손실이 현실화되는 것을 꺼리다보니 채권 매각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어려줬다.

은행과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채권은행이나 매수 희망자가 신청하면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가 적정한 ‘준거가격’을 산정하게 된다. 은행 담당 직원은 이에 근거해서 부실기업 채권을 팔면 헐값 매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임종룡 위원장은 “신 기업구조조정 방안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직접적인 구조조정 추진 주체에서 구조조정 시장 조성자로 전환하게 된다”며 “기업구조조정시장이 한단계 성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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