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대회서 우정 다진 미·소 감독|88올림픽선 진정한 승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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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과 소련의 두 감독이 맺어온 코트의 우정은 이념과 체제를 뗘나 서울에서 다시 이어졌다.
세계 배구의 정상을 다투는 맞수로 코트를 누벼온 미국의 「마브·던피」감독(39)과 소련의 「게나디·파르쉰」감독 -.
두 감독은 양팀이 대결을 할 때마다 이념보다 스포츠정신의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면서 서로 격려했다.
서울 국제남자배구대회결승(U일·한양대체)에서 만난 두 감독은 경기에 앞서 우정의 선물을 주고 받았다.
예상을 뒤엎고 소련이 풀세트접전 끝에 미국에 역전우승을 거두자 「파르쉰」 감독은 『스포츠는 정치가 아니라 게임』이라며 「던피」 감독에게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던피」 감독이 미국 대표팀을 맡은 것은 지난 85년. 「파르쉰」 감독은 지난해부터 소련팀을 이끌면서 코트에서 서로 만나 선의의 라이벌 의식으로 경쟁을 벌여왔다. 올해 미국에서 경기가 열렸을 때 「던피」 감독은 샌디에이고 자신의 집으로 「파르쉰」 감독을 초대, 숙식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이때 「던피」 감독은 자신이 사인을 한 책을, 「파르쉰」 감독은 소련 목각인형을 나누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 소련의 우승은 예상 밖의 일. 70년대까지 석권했던 소련배구는 80년대 들어 미국에 정상자리를 뺐겼다 .올 시즌 두팀의 대결에서 미국이 6연승. 그러나 이번 대회 예선과 결승에서 소련이 열세를 뒤엎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88대결이 더욱 재미있게 됐다.
「던피」감독은 페퍼다인대 출신으로 4년동안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코트의 신사」.
한편 「파르쉰」 감독은 냉정하고 침착한 지장.
『우리가 실력에서 뒤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올림픽에선 소련의 공격파워를 깨뜨릴 대책이 서있다 (던피감독) 『소련배구의 저력은 결코 죽지 않았다. 오랫동안의 슬럼프를 극복, 이젠 미국이 전혀 두렵지 않다 (파르쉰감독) 이들은 12년만의 동서 화해무대가 될 서울올림픽에서의 재회와 멋진 한판을 다짐하면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방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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