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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웃으면 고객이 녹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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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진=최정동 기자]

영업사원들에게 제대로 웃는 법을 가르치려고 전국을 누비는 여성이 있다. 잘 웃는 게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물건을 팔 수 있는 기본이라는 신념에서다. 한방화장품 백옥생을 만드는 정산생명공학의 김태인(45.사진) 고객관리팀장이 주인공. 그의 한 달 일정표 중 절반 이상은 지방 출장으로 꽉 차 있다. 수강생은 부산.광주.대전 등 전국 15개 도시의 방문판매 사원들이다. 바쁜 달에는 수강생이 총 1000명을 웃돈다.

1980년 한 화장품 회사에 미용사원으로 입사한 뒤 그의 업무는 집집을 돌아다니며 미용정보를 전해주고 얼굴 마사지 등을 해 주는 일이었다. 어느날 함께 일하는 방문판매 사원의 시무룩한 얼굴을 보다가 동료들의 표정을 고쳐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원래 잘 웃는다는 칭찬을 듣던 터라 나만의 웃는 노하우를 연구하고 교육문화센터 등을 다니며 이론을 다듬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웃는 법 강좌를 하다가 90년대 초엔 아예 이 길로 뛰어들었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되겠다고, 자녀 과외비라도 좀 벌어보겠다고 방문판매 일에 뛰어든 주부들에게 여유있는 미소를 심어주기 힘들었다. "강의 내내 찡그린 표정으로 앉아 있는 주부를 보면 실망스러워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웃음 이기는 장사 없다'고 한사람 두사람 변해갔고 용기도 커졌다. 더욱이 요즘 방문판매 일을 하는 주부들은 예전보다 덜 빡빡하게 자란 탓인지 웃음에 비교적 익숙하다고 한다. 김 팀장은 "웃음은 자신감의 표현이고 고객은 자신감 넘치는 세일즈맨의 물건에 손을 내민다"고 말했다. 특히 화장품 구매는 제품 성분보다 이미지에 많이 좌우되는 속성이 있어 영업사원의 웃음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소 "주름이 많다" "치아가 못생겨 웃어도 안 예쁘다"고 한탄하는 이들에게도 할말이 많다. "외모가 좀 떨어져도 웃는 표정은 누구나 아름다와요.자기만의 자연스러운 웃음법을 찾으면 됩니다."'웃음이 가장 좋은 화장법'이란 이해인 수녀의 시를 한번 읽어볼 것도 권했다.

잘 웃기 위해 젓가락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그는 귀띰했다. ▶젓가락을 옆으로 뉘어 앞니로 가볍게 물고▶젓가락 선보다 입 꼬리가 내려가지 않도록 입술에 힘을 줘 젓가락 선보다 높게 입꼬리를 끌어올린 뒤▶콧망울에서부터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웃음 주름살이 생길 정도로 표정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다. 하루에 몇분씩 두세달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김치''치즈' 같은 말을 굳이 입에 담지 않고도 자연스런 자기 웃음이 만들어진다고 조언했다. 취미로 한 것까지 포함하면 '웃음 전도사'일을 20년 가까이 했다. 웃는 것도 과하면 지칠 법 하건만 기자를 대하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웃음은 숨쉬는 것과 비슷해 지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글=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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