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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 겨냥한 트윗 압박 … 전화 시터후이로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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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뉴스1]

지난 6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뉴스1]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례적인 ‘정상회담 후 전화 통화’는 최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 양상이 과거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첫 시터후이(習特會·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의 중국 명칭)를 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이날 통화는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의 요청에 시 주석이 전화를 걸어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 대변인은 ‘누가 먼저 전화했느냐’는 질문에 “시 주석이 (전화 통화를 하자는) 트럼프의 제의에 응한 것이며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다”고 답했다. 루 대변인은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 ▶평화적 방식을 통해 문제 해결이란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미국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삼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두 정상 긴밀 소통 과시해 북에 경고 #시진핑, 미국엔 평화적 해결 강조 #CNN “중, 미와 모종 거래 준비된 듯” #중 언론 “북한이 마지노선 넘는다면 #중국서 대북 원유 끊자는 말 나올 것”

CNN은 이날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아태지역 전문가 알렉산더 닐 연구원을 인용, “두 사람의 예기치 못한 통화는 트럼프가 이날(11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에 불만을 담은 트윗을 날린 이후 이뤄졌다”며 “아마도 중국은 (미국과) 모종의 거래를 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유망을 차단해야 한다고 경고한 중국 관영신문의 보도를 전하며 “(통화는) 칼빈슨항모의 훈련에 일본 자위대가 합류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크게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11일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마지노선을 넘는다면 중국 사회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유엔 추가 제재에 찬성하길 원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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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이 통화를 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 자체가 북한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된다.

이 같은 중국의 대응은 그동안 ‘각방의 냉정과 자제’를 요청하며 준관찰자적 입장으로 북핵 문제를 다뤄온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하고 집요한 대북·대중 압박이 중국에 먹히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핵잠수함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12일(현지시간) 아침 폭스비즈니스TV와의 인터뷰에서 “그(김정은)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함대(Armada)를 (한반도 해역에) 보내고 있으며 항공모함(칼빈슨함)보다 훨씬 더 강력한 잠수함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선 콜럼버스함(SSN762)과 같은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밝힌 언급도 중국으로선 예민한 부분이다. 그는 트럼프 트윗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트럼프)가 지난주 시리아에 보여준 것처럼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내보이기 위해 단호하고 (북한의 도발에) 비례적인(proportional) 행동을 할 것이란 뜻”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응이 무엇인지 알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지금 카드를 조끼 속에 감추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까진 ‘말의 힘’과 ‘무력 시위’를 통한 압박이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세컨더리 제재→대중 무역 압박→군사행동 수순까지 밟을 것이란 얘기로 읽힌다. 북한과 연루된 기업과 인물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의 타깃은 중국이다.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언급도 전에 없는 일이다. 그는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미국이 대북 독자행동에 나선다고 하면 한국이 자제하라고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소식통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한·일을 방문, 북핵 문제에 대한 ‘동맹 중심의 접근’을 강조하며 우리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우 대표의 발언은 한·미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미국은 중국을 강하게 견인·압박하는 전략이 일정 부분 먹히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여러모로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를 꺼내들기 전 먼저 자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북한과의 거래 관계를 끊게 하는 식으로 선제적 대안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예영준·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yyju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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