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종 ‘노란 무궁화’ 황근 보급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자생종 황근은 올해부터 매년 4000그루씩 제주도 곳곳에 심겨질 예정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자생종 황근은 올해부터 매년 4000그루씩 제주도곳곳에 심겨질 예정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제주도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생물 II 급인 ‘황근(黃槿)’을 대량으로 키워 올레길 등 제주도 관광지를 가꾸기로 했다고 12일 발표했다. 황근은 무궁화 속(屬)이며 국내 자생종이다. 높이는 1m 내외이고 7~8월에 꽃을 피운다. 황근의 꽃말은 ‘보물 주머니’다. 두 기관이 오는 15일 업무 협약을 맺어 향후 5년간 매년 4000그루씩 제주도에 보내기로 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제주도 자생지에서 황근 종자를 모아 2014년부터 3년간 증식한 결과다. 올해는 제주도 송악산 도립공원에 2000여 그루, 제주도 자연생태공원에 1500그루, 한림읍 올레길 일대에 500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황근은 원래 제주도와 전남 일부 섬의 해변에서 자랐지만 자생지가 파괴됐다. 과거에도 복원 노력이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생물자원관, 제주에 5년간 2만 그루 #국내 무궁화 대부분 외래식물 추정

현진오 동북아식물다양성연구소장은 “국내에서는 무궁화 씨앗이 땅에 떨어져도 제대로 싹을 틔워 자라지 못한다”며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귀화식물도 아닌 외래식물”이라고 말했다. 국내 농원에서는 가지를 잘라 꺾꽂이 방식으로 번식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 있는 무궁화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에서 들여온 씨앗과 묘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통계 자료를 보면 2007~2016년 10년 동안 인도·중국에서 국내로 수입된 무궁화 씨앗은 모두 439㎏이다.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50㎏이 들어왔다. 묘목으로도 지난 10년 동안 모두 60만 그루가 베트남·대만·태국 등에서 들어왔다. 당장 지난해에도 베트남에서 19만 그루의 무궁화 묘목이 들어왔다. 우리가 심고 가꾸는 무궁화 자체가 외국에서 수입된 것들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셈이다.

무궁화가 대부분 자생종이 아닌 외래종인 데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한에서는 무궁화가 자라기 쉽지 않아 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