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돌진하고 잠적한 여고생 '자수'…"운전하는 남친 멋있어 보여 따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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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모(17)양이 주유소로 돌진해 부서진 차량. [사진 전주 완산경찰서]

지난 8일 이모(17)양이 주유소로 돌진해 부서진 차량. [사진 전주 완산경찰서]

 "남자친구가 운전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렌터카를 빌렸어요."

아버지와 함께 경찰 출석…"무서워서 숨었다" #지난 8일 전북 전주서 택시 충돌 후 사고 #몇 달 전 주운 남의 면허증 사용해 차 빌려

 11일 오후 6시30분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교통조사계 사무실. 아버지와 함께 나타난 이모(17)양은 "친구들과 놀러가려고 차를 빌렸는데 사고가 나는 바람에 못 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양은 지난 10일 오전 1시26분쯤 전주시 중화산동 한 도로에서 K5 승용차를 몰고가다 택시와 충돌한 뒤 인근 주유소로 돌진해 시설물을 파손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이양은 무면허 운전에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지 41시간 만에 경찰서에 나타났다.

 당시 이양이 낸 사고로 택시에 타고 있던 기사와 승객 등 2명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양이 몰던 차량에는 박모(17)양 등 동갑내기 친구 4명이 타고 있었지만 모두 무사했다. 이양 등은 사고 직후 현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주유소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토대로 달아난 여고생들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유독 이양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양은 경찰에서 "무서워서 잠적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이양은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8시30분쯤 전주에 있는 렌터카 업체에서 6만원을 주고 K5 승용차를 빌렸다. 렌터카 업체에는 몇 달 전 길에서 주운 96년생 성인 여성의 운전면허증을 보여줬다. 업체 직원은 "여자 사진은 머리가 길고 화장을 하면 비슷해 보인다. 눈으로 신분증을 확인하기 때문에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양은 남의 면허증을 이용해 빌린 K5 차량에 초등학교 동창과 같은 학교 친구 등 또래 4명을 태우고 전주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들이 주행한 거리만 100㎞로 확인됐다. 음주 운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양 등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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