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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궁화는 외래식물..우리 자생종 '노랑무궁화'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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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꽃으로 불리는 외래종 무궁화 [중앙포토]

나라꽃으로 불리는 외래종무궁화 [중앙포토]

 무궁화는 흔히 우리 나라꽃, 즉 '국화(國花))'로 불린다. 하지만 무궁화는 법적으로 인정된 국화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궁화가 대부분 자생종이 아닌 외래종이어서  '국화'로 공인하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나라꽃으로 불리는 외래종 무궁화 [중앙포토]

나라꽃으로 불리는외래종 무궁화 [중앙포토]

 이런 가운데 12일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이 제주도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생물 II 급인 '황근(黃槿)'을 대량으로 키워 올레길 등 제주도 관광지를 가꾸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 황근이 무궁화 속(屬) 식물 중에서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생종이다. 황근은 높이가 1m 내외 이고 7~8월에 꽃을 피우며 꽃말은 '보물 주머니'다.

국내 유일의 자생종 무궁화 황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유일의 자생종 무궁화 황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사실 우리가 주변에서 가꾸고 있는 보라색·흰색 무궁화는 자생종이 아니다. 무궁화는 오래전 신라 시대 때부터 국내에서 재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원산지는 기후가 따뜻한 중국 남부나 인도 등지로 알려져 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제주도, 15일 자생종 무궁화 보급 협약 #유일한 자생종 무궁화 '황근' 제주에 매년 4000여 그루 기증 #현재 무궁화는 대부분 외래종.. 인도,중국 원산지 #국내에서 자체 번식 못해 '국화' 부적합 논란 #외국서 종자와 묘목 대량 수입해 보급 중 # #

국내에서 심고 있는 무궁화 가운데 상당수도 외국에서 들여온 씨앗과 묘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통계 자료를 보면 2007~2016년 사이 10년 동안 인도·중국에서 국내로 수입된 무궁화 씨앗은 모두 439㎏이다.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50㎏이 들어왔다. 씨앗으로 50㎏이기 때문에 상당한 양인 셈이다.

묘목으로도 지난 10년 동안 모두 60만 그루가 베트남·대만·태국 등에서 들어왔다. 당장 지난해에도 베트남에서 19만 그루의 무궁화 묘목이 들어왔다. 우리가 심고 가꾸는 무궁화 자체가 외국에서 수입된 것들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셈이다.

현진오 동북아식물다양성연구소장은 "국내에서는 무궁화 씨앗이 땅에 떨어져도 제대로 싹을 틔워 자라지 못한다"며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귀화식물도 아닌 외래식물"이라고 말했다. 국내 농원에서는 가지를 잘라 꺾꽂이 방식으로 번식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무궁화를 '국화'로 지정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기온이 더 낮은 북한에서는 무궁화가 아예 자라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일 이후를 생각해도 무궁화를 국화로 공식 지정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황근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이 때문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제주도 자생지에서 황근 종자를 모아서 2014년부터 3년 간 증식했고, 이렇게 기른 황근 4000여 그루를 제주도에 기증할 예정이다. 황근은 원래 제주도와 전남 일부 섬의 해변에서 자랐지만 자생지가 파괴됐다. 과거에도 복원 노력이 있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진 못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제주도는 오는 15일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5년 간 매년 4000그루씩을 제주도에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는 제주도 송악산 도립공원에 2000여 그루, 제주도 자연생태공원에 1500 그루, 한림읍 올레길 일대에 500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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