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만 16곳 언론사와 7시간 릴레이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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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부근의 카페 베르에블랑. 9일 오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장소다. 중앙일보뿐이 아니었다. 그는 이날 하루에만 이곳에서 본지 포함 16개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 사전에 서면으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대통령 후보 인터뷰가 5년에 딱 한 번인 만큼 모든 매체에 골고루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참모 “거의 탈진 상태” 휴식 요청도 #안철수 지지율 급등 질문에 웃다가 #노무현 사돈 음주운전엔 표정 굳어

오전에만 7개사와 연속 인터뷰를 했고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 참석했다가 오후 4시30분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그러곤 9개 언론사와의 오후 일정을 소화했다. 문 후보는 종일 흰 종이 뭉치를 손에 들고 다녔다. 자신의 짙은 회색 카니발 차량에서 계속 인터뷰 문답 자료를 점검했다고 한다. 오전·오후에 걸쳐 7시간여 진행된 인터뷰 중 그의 참모진은 “문 후보가 거의 탈진 상태”라며 휴식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8시20분 넘어 본지 기자들과 마주 앉은 문 후보의 목은 잠겨 있었다. 그는 시작 전 “아주 힘이 들어요”라고 했다. ‘끝장토론 훈련을 제대로 했는데, 제안이 오면 받겠느냐’고 묻자 “토론을 피한 적 없고, 지난 대선부터 저만큼 토론한 사람이 없다. 어느 토론에서도 제가 뒤졌다는 평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인터뷰 내내 ‘금수저’ 등의 표현을 써가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판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자 그는 웃으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 저를 선택할 거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을 때도 본인의 국정 참여 경험, 민주당의 원내 1당 지위 등을 강조하면서 “ 안 후보는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 준용씨의 취업 관련 의혹과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의 음주운전 관련 질문엔 표정이 굳었다. 취업 의혹을 두곤 “규명이 끝난 문제를 고장 난 라디오처럼 되풀이하는 자체가 저를 공격할 도덕적 흠결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사고 건을 두곤 “친인척의 단순 교통사고는 동향 파악 대상일 순 있어도 민정수석실의 관심 사항일 순 없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연대 여부에 대해선 “정의당도 대선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알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치가 계속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일체 없다고 제가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9시쯤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떠났다. 10일에도 9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다. 이날 본지 인터뷰에는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강찬호 논설위원(외교안보), 나현철 논설위원(경제)도 함께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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