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나이스샷, 미소 찾은 김자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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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17 KLPGA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파이널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김자영. 4년 동안 긴 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올 시즌 국내 개막전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사진 KLPGA]

2017 KLPGA 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파이널 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하는 김자영. 4년 동안 긴슬럼프에 빠졌던 그는 올 시즌 국내 개막전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사진 KLPGA]

지난 7일 제주도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에서 열린 한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 김자영(26·AB&I)은 5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르며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KLPGA 국내 개막전서 ‘부활 예감’ #긴 슬럼프에 골프 접을까 생각도 #겨울 훈련으로 전성기 실력 회복 #우승 다투다 부담감에 4위로 마감 #작년 신인왕 이정은, 18언더파 첫 승

2010년 투어에 데뷔한 김자영은 예쁘장한 외모에 야무진 샷으로 ‘삼촌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2012년엔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3위를 차지하면서 ‘필드의 요정’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김자영은 2013년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2013년 상금랭킹 36위, 2014년 30위, 2015년 34위로 중위권을 맴돌다 지난 해엔 57위까지 밀려났다. 그 사이 ‘필드 요정’은 미소를 잃으면서 ‘얼음 공주’로 변했다.

김자영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해였던 2012년을 연상시키는 경기를 했다. 첫 날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2라운드에서는 노보기 플레이로 다시 5타를 줄이면서 5년 만에 우승 꿈을 부풀렸다.


9일 열린 최종 라운드는 잔뜩 찌푸린 쌀쌀한 날씨 속에 열렸지만 김자영의 조에는 수많은 팬들이 함께 했다. 선두에 2타 차 뒤진 2위로 챔피언 조에서 출발한 김자영이 전반 9홀에서 이븐파를 기록한 뒤 10번, 11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자 삼촌 팬들의 환호성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맞으면서 부담감을 느낀 것일까. 김자영은 14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 15번 홀(파5)에서도 티샷 실수로 보기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공동 4위. 우승 기회는 살리지 못했지만 올해 첫 대회인 만큼 김자영에겐 뜻깊은 결과다. 김자영은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골프를 그만둘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동계훈련을 하면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내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면서 문제점도 발견했다”며 “그동안 지나치게 스윙에 집착하는 경기를 했고, 불안감을 다스리지 못했다. 세컨드 샷과 짧은 퍼트 연습을 많이 하면서 미스 샷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했다. 올해는 동계훈련 때 준비한 것들을 마음껏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선수 출신 캐디 김기수씨(24)는 “올해는 자영이 누나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자영의 활약에 팬 카페인 ‘필드 요정 김자영 팬 후원회’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김자영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방문자가 뜸했던 팬 페이지에는 모처럼 그의 선전을 기원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김자영은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들 때마다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를 악물고 치겠다”고 말했다.

국내 개막전에서 우승한 이정은.

국내 개막전에서 우승한 이정은.

우승은 최종일 6타를 줄이며 18언더파를 기록한 지난 해 신인왕 이정은(21·토니모리)이 차지했다. 지난 해 우승 없이 신인왕을 차지했던 그는 올시즌 여자골프 국내 개막전에서 첫 승의 꿈을 이뤘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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