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증시 큰손 국민연금, 1분기엔 금융·건설주 담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100조원을 굴리는 ‘큰손’ 국민연금이 올해 1분기 금융주와 건설주를 대거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자산 100조원 국내주식 투자 #8.61% 지분 늘린 미래에셋대우 #올해 들어 주식값 20% 넘게 상승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자산 560조원 중 5분의 1 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말 국민연금이 5% 넘는 지분을 가진 종목은 280개였다.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있는 주식 5% 이상을 가지면 공시해야 한다. 그 중 5% 이상 종목에 새로 편입됐거나 지난해 말보다 지분율이 올라간 종목은 98개였다.

특히 금융주와 건설주를 대거 사들였다. 개별 종목으로 미래에셋대우 지분율이 지난해 말 6.54%에서 8.61%로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7.99→9.09%)과 NH투자증권(6.72→7.74%) 지분율도 올랐다. 기관투자가 사이에선 지난해 말부터 금융주가 유망종목으로 떠올랐다. 저평가된데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은행 수익이 늘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증시 훈풍으로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을 것이란 기대도 더해졌다. 이들 종목 주가는 크게 올랐다. 미래에셋대우 주가는 올 들어 7일까지 20.6% 뛰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7.4%, 25.4% 상승했다.

건설주 중에선 건축설계 전문업체 한미글로벌 지분이 가장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8.15%에서 11.73%로 3.58% 포인트 올라갔다. GS건설(7.61→9.91%), 삼성엔지니어링(6.04→8.17%), 현대건설(11.21→12.05%) 등 건설 대표주도 사들였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바레인, 오만 등 중동에선 정유플랜프를 중심으로 발주가 늘고 있고 중국 전력 수급 계획이 변해 액화천연가스(LNG)시장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글로벌의 경우 이 기간 주가가 20.1% 올랐다.

호텔·레저업종도 일부 사들였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지분율은 2.9% 포인트, 1.3% 포인트씩 올라갔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우려로 크게 조정 받았지만 모두투어는 주가가 올들어 40.6%, 하나투어는 25.9% 올랐다. 그밖에 전자장비·기기 회사 두곳(자화전자·이녹스) 지분율이 5%를 처음 넘어섰고 같은 업종의 삼성전기(8.32→10.74%) 지분율이 늘었다. 반면 제약 업종은 대거 처분했다. 대봉엘에스(7.20→5.07%), 보령제약(5.05→5% 이하) 등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연못 속 고래라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크다. 국민연금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일반 개미 투자자는 연기금 투자를 추종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가 늘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 주의가 필요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한번에 주식을 대거 사들이기보다 몇일, 길게는 몇달에 걸쳐 분할매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맹목적인 따라하기는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