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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경미한 무릎 통증에 민감해야 100세까지 당당히 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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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전문의 칼럼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

평생 농사를 지었다는 80세의 J씨. X선을 촬영해 보니 무릎 연골이 다 닳은 말기 퇴행성 관절염이었다. 수술은 무섭다며 손사래치는 그의 말 이면에는 자식들에게 부담주기 싫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많은 어르신이 자식 걱정에 무릎 연골이 다 닳는 고통을 견디다 치료가 늦어진다.

수술 후 J씨는 “잘 걷고, 밤에도 통증 없이 잘 잔다”며 기뻐했다. 수술 후 통증보다 퇴행성 관절염의 통증이 훨씬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을 일찍 찾았다면 극심한 고통을 겪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때를 놓친 환자를 볼 때마다 의사로서 안타깝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의 손상과 퇴행성 변화로 인해 충격을 흡수하는 관절 연골이 닳으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체로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게 원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관절 질환의 마지막 형태다.

본래 퇴행성 관절염은 60대 이상에서 주로 발병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2015년)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20%는 40~50대였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의 퇴행성 관절염 진단은 향후 오랜 기간 거동이 불편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스스로 손상을 치유하는 다른 조직과 달리 관절 연골은 재생되지 않아 손상이 점차 커진다. 무릎의 미세한 통증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 관절염은 병의 원인과 진행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X선 촬영이나 MRI 검사 등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최대한 비수술 치료를 우선으로 하되 수술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환자의 본래 관절과 조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퇴행 정도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증상이 적은 초기에는 비수술 치료로 소염진통제 복용이나 연골주사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레이저 파장을 쏘아 관절 내 염증을 제거하고 연골을 재생시키는 ‘레이저 요법’ 등의 치료가 초기 퇴행성 관절염에 도움이 된다. 지나친 근위축을 피하기 위해 운동치료도 병행한다. 수술 치료로는 내시경으로 관절염이 진행되는 부분을 다듬는 ‘내시경 수술’이나 자신의 연골 일부를 이식하는 ‘자가연골이식술’ 등이 있다. 퇴행성 변화가 심하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관절 질환은 재활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진단·치료 이후에도 재활까지 연계할 수 있는 병원에서 물리치료사와의 일대일 맞춤치료를 받으며 체계적인 재활운동을 받는 것이 긍정적인 치료 예후를 결정한다. 재활까지 무사히 마친 뒤에도 일상에서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 양반다리는 무릎에 좋지 않다. 걷기 운동은 관절에 좋을 수 있으나 과체중인 경우에는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달리기나 에어로빅은 좋지 않다. 체중이 무릎에 전달되지 않는 수영이 바람직하다.

‘퇴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순리대로라면 퇴행성 관절염은 피하기 어려운 질환이지만 빠르게 진단받아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오랜 시간 살맛 나는 무릎을 가질 수 있다. ‘백세 시대’를 외치는 세상에서 조금 더 내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일상을 기대한다면 내 무릎의 작은 아픔에도 예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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