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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나긴 여정, 드디어 마친다

중앙일보

입력

세월호가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는 목포신항에 접안돼 있던 세월호를 9일 부두 위에 올려놓았다. 이에 따라 3월 22일 시작된 세월호 인양 작업은 일단락됐다. 참사 3주기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참사 3주기 일주일 앞두고 육상거치 #무게 1만7000t까지 늘어나 특수수송차량 600대 동원 #해경, 소방 전문인력들 곧 미수습자 수색 착수 #수중수색, 진상조사도 사실상 개시

세월호의 육상 거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애초 세월호 무게를 1만3462t으로 산정하고 여기에 맞춰 선체를 육상으로 이송할 모듈 트랜스포터(MT) 456대를 배치했다. 이걸 76대씩으로 나눈 뒤 세로로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총 6줄을 만들 계획이었다. 가로 2.7m, 세로 1.4m의 특수 수송 차량인 MT는 앞뒤에 홈이 있어 블록처럼 서로 연결할 수 있다. 자체 동력은 없지만, 선두 MT에 설치된 ‘파워팩’이라는 배터리 설비가 전체 MT 무리를 이끈다. 원격조종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차량에 운전사가 탑승하지는 않는다.

이 6줄의 MT가 세월호 아래로 들어가서 세월호 밑에 붙어있는 리프팅 빔을 떠받칠 계획이었다. 세월호를 싣고 있는 반잠수식 선박의 갑판과 세월호의 리프팅 빔 사이에는 1.5m 높이의 받침목이 있다. 그만큼의 공간이 비어 있어 그 아래로 MT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세월호의 추정 무게가 1만7000t까지 불어나면서 MT의 숫자도 600대로 늘어났다. 해수부는 기존 6줄을 80대씩으로 구성하고, 리프팅 빔 중 9개의 길이를 늘여 2줄의 MT가 추가로 들어갈 만한 공간을 확보했다. 추가된 2줄에는 60대씩이 배치됐다.

오전 9시 총 600대의 MT가 세월호 아래로 들어가 육상으로의 이동 준비에 나섰다. MT들은 만조에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오후 1시쯤부터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을 시작해 오후 5시30분쯤 모두 부두 위로 이동했다. 그 뒤에도 제대로 위치를 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추가로 소요됐다. 객실이 있는 윗부분을 항구쪽, 배의 밑바닥 부분을 바다 쪽으로 위치시키는 게 목표였다. 전면주차해놓은 자동차를 전진해서 오른쪽으로 빼낸 뒤 후진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 밤까지 이어졌다. 

해수부는 육상 거치가 완료되면 세척과 방역 작업을 한 뒤 미수습자 9명에 대한 본격적인 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이철조 해수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은 “방역, 세척과 선체 위해도 조사를 병행해 수색 작업을 최대한 빨리 시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선내 폐쇄회로TV(CCTV)로 파악한 미수습자들의 동선과 생존자 증언 등을 참고해 미수습자가 있을 확률이 높은 지역부터 집중적으로 수색할 계획이다.

선체정리 용역업체인 코리아쌀베지의 류찬열 대표는 “그물, 핸드 레일 등을 설치한 뒤 세월호 윗 부분부터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해수부가 검토하던 ‘객실 직립’ 수색 방식은 선체 훼손 우려 등으로 인해 유보된 상태다. 실제 수색에 나서는 인력은 20명 이상의 특수 해양경찰과 119소방 구급대원 등으로 구성된 수습팀이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로 구성된 미수습자 신원 확인팀도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침몰해역에서 벌이는 수중수색도 이날부터 시작됐다. 침몰 지점에 지난해 4월 설치한 가로 200m, 세로 160m, 높이 3m의 유실방지펜스 안을 잠수사들이 2인 1조로 수색했다. 펜스 안쪽을 가로 40m, 세로 20m 크기의 구역 40곳으로 나눠 수색이 진행된다. 각 구역을 잠수사 2명이 양쪽 끝에서부터 안쪽으로 엇갈려 이동하면서 살핀다. 세월호가 닿았던 바닥은 특별구역으로 분류해 잠수사들이 삽 등으로 파낼 계획이다. 잠수 수색 후엔 수중음파탐지기(SONAR)로 2차 수색도 벌인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조사하는 작업도 사실상 시작됐다. 선체조사위 자문기관인 영국의 ‘브룩스 벨’(Brookes Bell) 관계자 2명은 8일 세월호가 올려진 반잠수식 선박에 올라타 세월호 선체 외관을 검증했다. 향후 브룩스 벨은 심층 조사 후 공식 보고서를 선체조사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세종= 박진석·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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