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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싶을 때 … 16호골 ‘쏘니’ 전설이 보이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스완지시티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호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손흥민(오른쪽). 골 결정력이 좋아진 손흥민은 이제 차붐의 신화를 넘어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에 도전한다. [스완지 로이터=뉴스1]

스완지시티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호골을 터뜨리고 환호하는 손흥민(오른쪽). 골 결정력이 좋아진 손흥민은 이제 차붐의 신화를 넘어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에 도전한다. [스완지 로이터=뉴스1]

페널티 지역에선 오른발이든 왼발이든 상관없다. 걸리면 터진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한 시즌 최다 골을 넣은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의 득점 공식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16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전설’의 기록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스완지전 추가시간 리그 9호포 #득점 톱20 중 뛴 시간 두번째로 짧아 #시즌 통산 득점, 4골 더 넣으면 #차범근의 유럽 최다골 기록 깨

손흥민은 6일 영국 웨일스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페널티 지역 가운데로 재빨리 침투해 상대 수비진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팀 동료 공격수 빈센트 얀센의 뒷꿈치 패스를 받아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의 골에 펄쩍펄쩍 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환상적인 장면이었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번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2014~15 시즌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갖고 있던 아시아인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넘었다. 컵대회 포함, 올 시즌 16골이다. 아시아 출신 프리미어리거들이 상대적으로 골을 넣을 기회가 많지 않은 가운데 손흥민의 골 기록은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집중력이 좋아졌다. 프리미어리그만 놓고 보면 올 시즌 왼발로 4골, 오른발로 5골을 넣었다. 페널티 지역 안에서만 9골을 터뜨렸다. 페널티킥 골은 하나도 없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도 스스로 혼자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협력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6~9호골은 모두 후반 31~45분 사이에 터졌다. 승부처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출전 시간이 길지 않은데도 득점력을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6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은 1436분을 뛰었다. 교체 출전이 많았던 탓에 평균 55분에 불과하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상위 20위에 올라있는 선수(9골·손흥민 포함 4명) 중에서 올리비에 지루(아스널·9골·975분)에 이어 출전 시간이 가장 짧다. 90분 경기로 환산하면 15.9경기를 뛴 셈인데도 9골을 터뜨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그만큼 손흥민의 슈팅 능력이 좋다는 걸 의미한다. 공격적인 팀 성향 속에 손흥민의 개인 능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럽축구 시즌 막바지인 3~5월의 득점력도 좋아졌다. 2014~15 시즌 독일 무대에서 17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3~5월엔 3골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엔 3~4월에만 벌써 5골(컵대회 포함)을 터뜨렸다.

이날 손흥민과 대결한 기성용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쏘니(손흥민의 별칭), 축하한다. 앞으로 최고 기록까지 가보자” 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기성용이 말한 ‘최고 기록’이란 바로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20세이하 월드컵조직위 부위원장이 1986년 기록한 유럽 리그 한국인 한 시즌 최다 골(19골)이다. 프리미어리그가 8경기 남았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도 4강에 진출해 있어 남은 경기가 9경기나 된다. 앞으로 4골을 추가하면 ‘전설’의 기록을 깬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9월 인터뷰에서 “차범근 감독님의 기록을 반드시 넘고 싶다”고 말했다.

2010년 프로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이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뛰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컵을 각각 한 차례씩 들어올린 바 있지만 손흥민은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토트넘은 FA컵 준결승에 올라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선두 첼시(승점 72)에 이은 2위(승점 65)를 달리고 있다. 박 위원은 “토트넘은 우승하기 위해 여러가지 공격 루트로 많은 골을 노릴 것이다. 그만큼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도 많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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