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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잘되는 꼴은 못 봐” 대선주자의 ‘앙숙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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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한때는 동지였지만 결별하기도 하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앙숙 관계였다가도 한배를 타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로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앙숙들'도 있다.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 잘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앙숙은 대선 후보들에게도 있다. 그들의 앙숙들은 누굴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겐 ‘비 문’ 정치인들이 그런 존재일 듯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꼽히는 이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다. 박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아침 회의 때마다 문 후보에 대한 작심비판을 쏟아내면서 ‘문모닝’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박 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발언을 두고 문 후보 측이 비판을 쏟아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이렇게 하면 ‘문모닝’뿐 아니라 ‘문이브닝’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오른쪽) 후보와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박지원 의원. [중앙포토]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오른쪽) 후보와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박지원 의원. [중앙포토]

 문 후보와 박 대표의 ‘악연’은 둘이 맞붙었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표는 당시에도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 후보를 겨냥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도 먹고!”라고 비판했다. 어차피 대통령 선거에도 나갈 그가 당 대표직에까지 욕심을 부린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은 룰 전쟁까지 치열하게 벌였다.
 결국 문 후보는 3% 차로 박 대표를 간신히 따돌렸지만 박빙의 승부를 두고 문 후보에겐 “이기고도 졌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한때 문 후보가 삼고초려해 민주당에 입당했던 김종인 전 대표도 대표적인 ‘반문’ 인사로 꼽힌다. 김 전 대표는 호남 의원들의 민주당 탈당이 잇따르던 지난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결국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총선 전부터 김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공천’ 논란에 문 후보와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총선 이후 김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김 전 대표는 문 후보에 대해 “살려달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엉뚱한 소리들을 한다”며 “더이상 문재인 전 대표를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7일 대선출마를 위해 탈당하면서 문 후보와 완전히 결별했다. 문 후보는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전 대표의 탈당을 직접 만류하지는 않았다. 김 전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연대’를 두고는 "사실상 '반 문재인 연대’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대선에서 '리턴 매치'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앙포토]

올해 대선에서 '리턴 매치'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문재인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앙포토]

 하지만 문 후보의 가장 강력한 ‘앙숙’은 안철수 후보가 꼽힌다. 2012년 대선 때도 경쟁관계였던 둘은 한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불안한 동거’를 하기도 했지만 안 후보가 탈당 후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대표적인 정적이자 라이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대선 땐 치열한 단일화 협상 끝에 안 후보가 ‘양보’를 선언해 대결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안 후보는 지난 3월 “문재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는 바로 나”라며 “그를 꺾고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후보 측에서 당시 대선 패배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에서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안 후보는 "동물도 고마운 건 안다. 그런 말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안철수 후보는 한때 정치적 멘토이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울퉁불퉁한 인간관계를 이어왔다. 윤 전 장관은 2010년 ‘안철수의 토크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안 후보와 함께 했지만 2011년 안 후보가 “(윤 전 장관 정도의)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말한 뒤 관계가 멀어졌다. 이후 2013년 안 후보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윤 전 장관을 ‘새정치추진위원장’으로 다시 영입했지만 이듬해 1월 민주통합당 합당 과정에서 다시 결별했다. 윤 전 장관은 당시 공식라인인 공동위원장을 배제한 채 소수 측근들과만 논의해 통합을 진행했다며 언론인터뷰에서 “이 자(안철수)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겠다”고 비난했다.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윤 전 장관은 결국 지난해 4월 바른정당 남경필 후보의 곁으로 떠났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민주당 금태섭 의원도 안 후보를 떠난 대표적 인물이다. 금 의원은 이후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원장을 ‘비선실세’로 지목하고 “2012년 대선 당시 진심캠프(안철수)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고 비판했다. 현재는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변신해 안 후보의 반대 진영 한가운데에 서있다.

2011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안상수 당시 대표(왼쪽)와 홍준표 최고위원. [중앙포토]

2011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안상수 당시 대표(왼쪽)와 홍준표 최고위원. [중앙포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유명한 앙숙'은 안상수 창원시장이다. 이 둘은 지난 2010년 전당대회에서 ‘개 소송 다툼’까지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안 시장이 13년 전 개 소음 문제로2000만원 손해배상소송을 낸 것을 홍 후보가 먼저 꺼내자, 안 시장은 “병역기피를 10년 하다가 고령자로 병역 면제된 사람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은 ‘병역 기피당’이 된다”고 맞섰다. 이후 둘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홍 후보는 경남지사 재직 시절 “안상수 오는 행사에는 안 간다”고 선언하기도 하고, 안 시장의 창원광역시 추진 사업을 두고는 “정신나가도 분수가 있지”라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홍 후보가 창원시 관련 예산을 검열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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