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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 굳히기에 보수 적자 대결 … 단일화보다 자강론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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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선 공식후보 등록(15~16일)을 12일 앞두고 5당 본선 후보가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후보들 간에는 연대론 대신 자강론이 강해지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모두 ‘완주(完走)’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유와 계산은 서로 다르다.

안철수, 호남·야권표 결집 차질 우려 #인위적 연대론과는 사실상 결별 #홍준표·유승민, 지방선거·총선 의식 #연대 모색 김종인은 독자 출마 검토

① 안철수, 자강론으로 배수진=안철수 후보는 2일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론은 모두 불살랐다. 국민에 의한 연대, 그길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며 인위적 연대론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해 20대 총선 때 민주당의 야권통합 요구에 맞서 “기득권 양당체제를 깨뜨리겠다. 광야에서 혼자 죽어도 좋다”고 외쳤던 것과 흡사한 태도다. 대신 안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후보를 정면 공격하면서 자력으로 양자 대결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안 캠프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세론’에 반발하는 야권 및 호남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로 결집하는 상황에서 인위적 연대론은 오히려 안 후보의 확장성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며 “자력으로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데 총력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와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간의 물밑 라인을 통한 중도·보수 통합론도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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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홍준표는 유승민 고사작전=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당초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보수·중도 대연합을 얘기하다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고사(枯死)작전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주재한 한국당 선거대책회의에서 유 후보를 겨냥해 “가출했던 분들”이라며 “어린애도 아니고 응석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는 본당(한국당)으로 돌아올 때”라고 말했다.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바른정당을 향해 “유 후보의 현재 지지율로는 본선 선거비용(1인당 상한 509억여원)의 50%를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 10%를 못 넘긴다”며 “합치는 게 낫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수백억원이 들어갈 대선비용을 국고로 보전받지 못하면 본인이 이자를 주고 펀드를 만들더라도 고스란히 빚이 된다. 홍 후보는 안 후보 측을 겨냥해서도 ‘얼치기 좌파’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선 안 후보를 ‘중도’라고 표현했다가 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에는 그렇게 표현을 바꿨다. “대선에서 좌파·우파 대결이 치열해질수록 가운데 쪽 후보 지지율이 먼저 빠진다”는 게 홍 후보 측 전략이다.

③ 유승민은 마이웨이=가장 먼저 보수후보 단일화를 거론했던 유승민 후보도 ‘마이웨이’를 선언하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유 후보는 이날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에) 당연히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하려고 대선 출마한 것이 아니다. 한국당은 지금 행태로 봐선 머지않아 사라질 정당”이라고 반격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를 겨냥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1년6월 징역형, 2심에서 무죄가 나왔는데 나 같으면 양심상 출마 안 한다. 대선후보로 무자격자”라고도 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당으로선 이번 대선이 한국당과 보수정당 적자 경쟁”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생존을 건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본선 연대 플레이어는 확정됐지만 안철수-홍준표-유승민 후보 모두 각자의 지지층은 물론 5·9 대선을 보는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에 대선 완주를 강조하고 있다”며 “동상이몽인 세 사람을 하나로 꿸 수 있는 큰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5자 대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한국당·바른정당 사이에 연대론이 약화되면서 제3지대 주자인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연대의 새 판을 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일단 김종인 전 대표도 5일께 ‘통합정부론’을 명분으로 독자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직접 자기 차를 몰겠다는데 대표주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효식·안효성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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