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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선거소통, 세상 바꾸는 에너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25호 30면

소통 카페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을 실용화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제임스 와트는 증기에너지 혁명의 원조이다. 당시 사람들이 목탄에서 석탄으로 연료를 대체하면서 탄광은 땅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갔고 배수와 통풍은 큰 문제로 등장했다. 그때까지 에너지의 주요 수단이었던 사람이나 말(馬)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 문제를 증기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아이디어와 노력은 그야말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이노베이션의 과정이었다.

영국 전체를 들뜨게 한 증기기관은 탄광용 펌프를 넘어 면 공장에 활용됨으로써 공장형 생산체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1804년에는 철도와 같은 운송수단의 에너지가 됨으로써 만능 동력원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과 말이 수십 일이 걸려서 해야 하는 일을 하루 만에 가능케 하고, 기술개선을 통해 인간이 움직일 수 없던 것을 움직이게 했다. 와트는 몰랐을 것이다. 증기의 힘이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세상을 바꾸고, 미디어가 세상의 총아가 되는 데 기여하게 됐다는 것을.

산업혁명은 가내수공업 형태에 머무르던 전통사회를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로, 친족 중시의 사람들 관계를 계약관계로 전환케 했다. 계약은 인간관계, 사회규범, 사고방식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사람들 간의 접촉이 줄어들고, 사회적 유대감이 엷어지며, 이익사회로의 전이에 따른 갈등이 증가하는 대중사회(mass society)가 도래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공동체의 구성원을 묶어주던 전통 가치의 쇠퇴 속에 이를 대신할 새로운 수단으로 미디어에 대한 기대가 커짐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소통방식인 신문·라디오·텔레비전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력이 증대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미디어 숲에 포위되어 살게 되면서 미디어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논쟁이 일상사가 되었다. 미디어를 따라서 박수치기도 하고 불만과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과장·왜곡·축소·편향·불공정의 미디어 숲에서 탈출하자는 주장과 민주적 공동체로 발전해 오는 데 기여한 미디어를 잘 가꾸자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입장이든 스토리 텔러로서 인간의 인식욕구와 공시욕구,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는 사회적 욕구가 존재하는 한 미디어가 정보생산 유통 소비 이용을 리드하는 것은 지속될 것이다.

5월 9일 대통령선거를 위한 정당 후보자 선출과 선거 관련 보도로 미디어가 분주하다. 미디어를 좇는 국민의 관심도 뜨겁다. 미디어가 대통령을 만들기도 하고(king maker) 대통령으로 향한 꿈을 죽이기도 하지만 후보자들의 토론을 국민의 집안으로 옮겨 놓은 소통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주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정보를 지닌 유식한 시민(informed citizen)이 대의민주주의 실효성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막중한 역할이다.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후보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고 어떤 후보자가 가장 적합하가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소통 민주주의의 핵심인 까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부산대통령, 호남대통령, 충청대통령 같은 악질 선동은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지역·학연·혈연·금권·권력·연줄·포퓰리즘·권위주의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말의 경연을 통해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공동의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는 정당화된 권력을 산출하는 의사소통’이다(『말과 권력』, 이준웅). 와트의 증기기관이 세상을 바꾸었듯이 ‘신성한 전문직업의식’을 반영하는 미디어의 선거소통이 정당한 권력 산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에너지임을 상기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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