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전직 대통령 구속, 차량 검찰 수사관 사이에 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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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피의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4시 호송차량에 실려 서울중앙지검을 떠나 수감 장소인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이용했던 현대차 에쿠스 차량 대신 기아 K7을 이용했다. 차량 뒷 좌석에 앉은 박 전 대통령 양 옆에는 검찰 여성 수사관 두명이 함께 앉았다.

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11분까지 8시간 41분 동안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은 호송차에 몸을 싣기까지 8시간 넘게 검찰이 마련한 임시 유치장소인 서울중앙지검 1002호에서 기다렸다. 21일 소환 조사 당시에도 임시 휴게실로 활용됐던 장소다.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된 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오후 7시29분쯤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하기 위해 검찰이 제공한 차량(K7)에 오르는 과정이 마지막이었다. 여전히 단정한 올림머리 상태였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억울한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경호원들과 함께 차량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할 때는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았지만 검찰로 이동할 땐 K7에 뒷 자리에 두 명의 여성 검찰 수사관 사이에 앉았다. 차를 타기 전 박 전 대통령은 인근에 서 있던 검찰 직원에게 손가락으로 차를 가리키며 “내가 가운데?”라고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법원에 출석해 31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떠날 때까지 기자단의 질문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포토라인에 멈춰 서지도 않았다. 표정은 검찰 소환 조사 때보다 훨씬 굳어 있었다. 실질심사 과정에서 재판부는 두 차례(오후 1시6분과 오후 4시20분에) 휴정했다. 점심 식사를 위한 첫 휴정 때 박 전 대통령은 법정 옆에 붙어 있는 변호인 대기실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김선미ㆍ문현경ㆍ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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