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멀쩡한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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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이유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앞 분식집
미처 테이블에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은
선 채로 컵밥ㆍ떡볶이를 먹고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분식점이나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한다는 학생들
어쩌다가 길거리에서 밥을 먹게 된 걸까요?


지난 2월부터 학교가
저녁 식사 제공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야자를 하거나 학원ㆍ독서실을 가던 학생들은
이제 급식 대신 분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


학교들이 저녁 급식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바로 경기도 교육청의 ‘야자 폐지’ 정책 때문입니다


그런데 야자는 안 없어지고 석식만 없어졌죠.
사건 전개는 이렇습니다.

지난해 6월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야자 전면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학생ㆍ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혔죠


그러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
저녁 식사를 내놓지 말라는 취지의
지침을 내려보냅니다

이 역시 학생·학부모가 반발하자 한 달 뒤  
저녁 식사는 교장이 알아서 하라는 공문을 보냅니다
하지만 눈치를 봐야 하는 학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죠


현재 저녁 급식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길거리에서 밥을 먹고 있고
일부 학생들은 면학 분위기가 깨진 탓에
학원ㆍ독서실로 내몰려 경제적 부담만 가중되고 있죠


“늦은 저녁까지 교실에서 공부하는 건
미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 아니다.
고교생들도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방과 후 진로 탐색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조대현 경기도교육청 대변인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분명 책상 앞에 앉아서 외우고 또 외우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야겠죠


하지만 입시 제도가 그대로인데
야자만 없앤다고 하루 아침에 학생들이
“이제 정말 진로 탐색을 해 봐야겠어”라고 할까요


사교육을 없앤다며 야자를 만들어놨으면서
대책도 없이 저녁 급식을 중단해버리면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이상만 좇는 탁상공론보다
지금 이 순간 배고프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살아 있는’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해보입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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