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함께'···뚫어라! 시리아 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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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사진 일간스포츠]

손흥민 [사진 일간스포츠]

지난 23일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은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 앉아있었다.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에 0-1로 지는 걸 지켜본 그는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경기는 4게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자존심이 무너진 한국 축구가 다시 한번 손흥민에게 기대를 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 한국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95위)와 7차전(JTBC 단독생중계)을 벌인다.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 중인 손흥민은 “다른 변명은 할 필요가 없다. ‘시리아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비·후역습’을 구사하는 시리아의 조직력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다. 최종예선 6경기에서 단 2골만 내줄 정도로 수비진도 견고하다. 지난해 9월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시리아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A조 1위 이란(승점 14)이나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9)과의 경기에서도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하킴 아이만 시리아대표팀 감독은 “최종예선 모든 경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십분 발휘하면 언제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약 시리아가 28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국을 끌어내리고 월드컵 본선 직행 커트라인인 조 2위를 바라볼 수도 있다. A조 6개 팀 중 4위(승점 8·2승2무2패)로 올라선 시리아는 한국(승점 10·3승1무2패)과 승점 차를 2점으로 좁힌 상태다.

시리아가 만들어낼 수비 '늪'을 헤쳐나갈 선수론 손흥민이 단연 첫 손에 꼽힌다. 빠른 발로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손흥민은 올시즌 잉글랜드 무대에서 14골을 기록 중이다. 한국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전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 23일 중국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손흥민이 없자 한국은 의미없는 ‘롱볼 축구’에 의존하다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손흥민이 뛰는 것만으로 시리아전 승리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63)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이 출전해도 공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부분 전술을 세밀하게 가다듬어 손흥민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스피드와 슈팅을 살리기 위해선 2선 중앙이나 최전방이 아닌 측면에서 뛰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상대의 역습을 차단한 뒤 한국이 다시 역습하려면 손흥민이 측면으로 뛰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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