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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책 고르는 부모에게

중앙일보

입력

이번 주 새로 나온 아이 그림책 중 우리 아이에게 사줄 책은 뭘까요? 중앙일보 문화부 출판팀에 21~28일 배달된 열권 중에서 골라보겠습니다.

티나와 구름 솜사탕

티나와 구름 솜사탕

적어도 3~5세 아이들에게 언제나 인기가 좋은 팝업북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티나와 구름 솜사탕』(홍수영 글ㆍ그림, 한솔수북, 1만2000원)은 맨 마지막장이 확 펼쳐지는 팝업북입니다. 솜사탕 또한 아이들에게 흥행 불패죠. 티나라는 아이가 친구들과 뭉게뭉게 솜사탕을 타고 논다는 이야기입니다. 총ㆍ칼ㆍ레이저로 적을 물리치는 만화들에 푹 빠진 나머지 엄마마저 종종 물리치려 하는 우리 아들이 이런 착한 이야기에 푹 빠지면 좋겠네요. 단, 이 마지막장의 팝업 페이지가 과연 얼마나 남아날지가 관건입니다. 박박 찢겨나가 언젠가는 이게 팝업북이었는지 기억만 희미해지는 날이 오겠죠.

깜깜한 밤에

깜깜한 밤에

『깜깜한 밤에』(더 캐빈컴퍼니 글ㆍ그림, 국민서관, 1만원)는 겁 많은 아이라면 못 펼쳐보게 할 책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까만 배경에 부엉이ㆍ도둑ㆍ유령이 출몰합니다. 물론 주인공이 나중에 이 공포를 극복하기는 하지만, 제 경험상 아이들은 분명 처음엔 이 책을 책장 깊숙이 꽂아둘 겁니다. 가끔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으로 꺼내볼 때도 있겠죠. 이 책의 단점은 아이들이 절대 혼자 보지 않을 거라는 것! 언제나 엄마의 노동력을 필요로하게 될 책입니다.
『쉬잇! 다 생각이 있다고』(크리스 호튼 글ㆍ그림, 비룡소, 1만2000원)는 딱 세련된 요즘 외국 작가의 책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글이 많지 않고 그림 사이에 여백이 많네요. 저도 한 때 이런 그림책 참 좋아했습니다. 엄마의 침묵 속에 아이들의 생각은 쑥쑥 자라나길 기대하면서요. 물론 현실은 냉정하죠. 아이들은 조금 더 빠른 템포의 책읽기를 좋아하는 듯합니다.

알사탕

알사탕

상상력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작가 백희나의 신간이 나왔네요. 『알사탕』(백희나 글ㆍ그림, 책읽는곰, 1만2000원)은 알사탕을 입에 넣으면 펼쳐지는 마법같은 세상을 그립니다. 빵을 먹으면 하늘을 날게 되는 구름빵이 떠오르죠. 사탕을 먹는 느낌,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배려 등 우리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감정과 느낌이 가득합니다. 단, 이 책 보면 분명 사탕 먹겠다고 할테니 식사 시간 지나고 보여주는 편이 낫겠습니다.

신간 그림책 중 어떤 책 사줄까 #팝업북부터 백희나 작가 책까지 #이번 주 나온 그림책 10권 리뷰 #중앙일보 문화부 출판팀의 선택은?

사자삼촌

사자삼촌

그보다는 『사자삼촌』(김소선 글ㆍ그림, 책고래, 1만2000원)이라는 책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집에 사자이면서 삼촌인 존재가 사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인지 꿈인지, 착각인지 진실인지 헷갈리네요. 그런데 아마 아이들은 안 헷갈릴 겁니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엉뚱함을 보존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림체가 조금 두루뭉술한데요, 아마 이것도 어른의 눈이겠죠?

친구와 헤어져도

친구와 헤어져도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책도 있어요. 『친구와 헤어져도』(안드레는 마투라나 글,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올레아 그림, 책속물고기, 1만1000원)는 친구와 헤어진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꼭 주고 싶은 정서적 예방접종이죠. 그러나 저는 조금 더 간접적인 이야기가 좋습니다. 요즘 아이들 눈치가 하도 빨라서 왜 이 책을 읽어주는지 다 알아차리거든요. ‘너도 이 책 주인공처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어!’ 이런 메시지는 좀 부담스러운 듯합니다. 그래도 굉장히 착하고 순수한 책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일본 작가의 책 『실수 왕 도시오』(이와이 도시오 글ㆍ그림, 북뱅크, 1만2000원)도 ‘실수하는 어린이도 상 받을 자격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죠. 일본풍의 적절한 유머로 메시지를 감싸고 있는 건 큰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통과 역사 의식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세 책이 남았네요. 『독도랑 지킴이랑』(윤문영 글ㆍ그림, 내인생의책, 1만2000원), 『나무도령』(송아주 글, 이강 그림, 도토리숲, 1만2000원), 『왕세자의 입학식』(김경화 글, 김언경 그림, 토토북, 1만3000원)입니다. 이런 쪽에 관심 있는 어린이에게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중앙일보 문화부 출판팀은 매주 토요일 새 어린이책을 한권씩 소개합니다. 위의 열 권 중 어떤 책이 선택될까요? 저는 결정했습니다. 맞혀보시죠.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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