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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청와대·변호인단 모두 공식반응 없이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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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이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진행된다. [사진 우상조 기자]

경찰이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30일 진행된다. [사진 우상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27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공식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채명성 변호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아직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리는 30일까지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에 대한 방어논리를 짜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방어권 행사에 나설 경우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영장 청구에 침통 … 친박은 반발 #최경환 “국민 저항에 기름 부은 것” #김진태 “궁궐 쫓겨난 여인에 사약” #삼성동 자택엔 지지자 200명 모여 #최순실, 재판 중 소식 듣고 묵묵부답

변호인단은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반면 이날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궁궐에서 쫓겨나 사저에서 눈물로 지새우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꼴”이라며 “일방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유죄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최경환 의원도 “정치 검찰의 과욕이다. 국민 저항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다”고 검찰에 날을 세웠다. 윤상현 의원은 “이미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파면을 당한 전 대통령을 포승줄과 수갑을 채워 교도소에 넣겠다는 건 부관참시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발했다.

청와대도 침통한 분위기였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이날 회의를 열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야당 눈치를 보는 검찰이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몰고 가고 있다”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는 이날 저녁 지지자 200여 명이 모였다. 일부 지지자는 경찰과 취재진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기도 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이날 태극기 등으로 방송사 기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김모(60)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점차 줄어들었던 자택 앞 지지자들은 이날 구속영장 청구가 발표되면서 빠르게 늘었다. 낮 12시30분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인 ‘박사모’에는 “애국시민 전원, 지금 즉시 삼성동 박 대통령님 자택으로!”라는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진실 한 조각에 불과한 여성 대통령을 두고 누가 누구더러 증거인멸을 논하느냐”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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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최순실씨의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렸다. 당초 검찰은 최씨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면서 최씨는 두 혐의에 대한 재판을 각각 따로 받고 있다. 오전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내용 등을 포함해 최씨의 혐의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오전 재판이 끝나고 휴정한 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후 재판에 출석한 최씨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재판부의 동의를 얻어 “특검이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글=송승환·백민경·여성국 기자 calli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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