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유행어 만들기등 양 TV ″웃기기"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시청자들을 웃겨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KBS와 MBC 양TV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뜨거운 시청률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달에 있은 가을개편과 함께 양TV 모두 기존 코미디프로의 내용을 보강하거나 시간대 조정을 통해 시청자확보에 발벗고 나선 것.
현재 양TV가 방송하고 있는 코미디프로는 K1TV의『쇼 비티오자키』(화), K2TV의 『코미디 하이웨이』(금)와 『유머1번지』 (토) 등이며 M-TV는 『청춘만만세』(월) , 『웃으며 삽시다』(금), 『일요일밤의 대행진』 (일)등으로 모두 황금시간대 (하오7∼8시) 에 편성돼 있다.
코미디프로 시청률경쟁의 단적인 예는 코미디언 이주일씨를 양TV가 서로 치열한 스카웃싸움을 벌이다 결국 금·토로 각각 나누어 기용한데서 엿볼 수 있다. 당초 M-TV와 먼저 교섭이 된 이씨를 데려오기 위해 K-TV의 경우 고위관계자가 직접 끈질긴 유인작전을 폈다는 후문이다.
스카웃경쟁과 함께 양TV는 시간대 이동을 통한 대응편성·특정코너의 집중육성 또는 상대방프로 깍아내리기 작전등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또 이와 함께 양TV는 최근의 정치열기를 의식, 「은근한 정치풍자코미디」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K-2TV의 『회장님…』은 지난달 야당의 후보단일화문제를 비롯, 80년 해직자·지역감정 문제등을 다뤘으며, M-TV의 『대부』 코너는 『속보인다』라는 간판격인 유행어를 남발하면서 정치판의 표줍기 경쟁등을 풍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풍자코미디들은 건전한 시민의식에 기반을 둔 현실풍자라기보다 시류에 영합, 시청자들의 말초적인 반응만을 구하려는 소재주의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이밖에 지나친 시청률경쟁을 의식한 유행어의 남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모종교인의 어투를 빗댄『하쉬겠습니다, 셔셔셔…』라든지 『나는 봉이야』『이 나이에 내가 하리』『까불고 있어』『척보면 앱니다』등 반복효과로 시청자들을 「의식화」(?)하려는 유행어들이 문맥이나 문법을 무시한 채 사용돼 우리말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