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새 <김소월 시·이만익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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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읍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되는 오랍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웁니다.
김소월 (본명 정식·1902∼34)은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들의 시인이다. 우리 민족의 고유 정한과 고유 가락을 가장 탁월하게 시화한 그의 작품들 중 『접동새』는 시속에 들어있는 슬픈 이야기슴을 친다.
이화백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이 잘 나타난 이 그림은 슬피우는 접동새의 흐느낌속에 아홉명의 어린 동생들을 앉혀놓고 있다. 팔짱을 끼거나 혹은 손으로 턱을 괸채 죽은 누이의 노래를 듣고 있는 동생들의 표정은 그러나 얼이 읽는 사람을 더욱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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