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이 전시민의 몇배라니…|김영배 <정치부 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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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노3김의 주말군중대회가 있는 때면 신문사로 전화가 쏟아진다.
『저쪽에는 얼마가 모였읍니까.』
『아무개 대회에는 군중이 몇명입니까.』
후보의 정치집회에 모인 청중의숫자로 그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재보자는 있을수 있는 소박한 질문들이다.
모인 군증수가 인기나 지지의 척도가 된다고 보는 것은 확실히 일리있는 일이다. 그렇고 보니 후보들마다 군중 동원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수십대, 수백대의버스들을 동원해 다른 곳에서 「지지자」를 실어나르기까지 한다. 아예 지지자들을 끌고다니는 꼴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하려고 해도 최근 대권주자들의 군중대회때마다 나타나는 청중숫자에 대한 과민반응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각 진영마다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다른 후보의 청중수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자기네 청중수는 엄청나게 불리는 일이 다반사다. 바야흐로 군중숫자의 인플레시대가 열렸다고나 할까.
어떤 후보는 인구40여만의 도시에서 2백만 청중이 모였다고 했다. 어떤 쪽은 눈어림으로도 빤한터에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1백50만명이라고 과장했다.
집회장소의 면적등을 들어 냉정하게 계산이라도 하면 눈을 부라리는일까지도 비일비재다.
이러다간 후보들의 군중대회에 모인 청중수가 우리 4천만 국민의 몇배도 더 넘을는지 모를 판이다. 주최측의 주장에 도무지 신빙성이 없다.
경찰의 추산이라는 것도 한심하다. 군중대회의 청중수에 지나칠이만큼 냉정한 계산을 해오던 경찰측이 지난주말 1노2김의 대결때는 인천, 전주의 두 야당후보 청중수를 6만, 7만명이라고 하면서 효창운동장의 여당집회는 16만명이라고 했다.
효창운동장 수용능력이 10만명미만인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경찰마저도 객관적 기준을 잃어버린 꼴이됐다.
「세」다툼을 벌이는 선거전에서 군중수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못할 것도없다. 그렇다고 그 숫자를 「조작」할수야 없지 않겠는가. 신뢰성이 후보의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꼽히고 있는데 말이다. 강변한 숫자불리기로 득을 볼 생각을 한다면 그야말로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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