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네 탓'과 기성용의 '내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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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은 모두 열심히 뛰었고 최선을 다 했다. 선수들을 욕 하진 말아줬으면 한다." -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왔다는 핑계를 댄다는 건 국가대표 선수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길르 지켜 보고 있다. 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6.11.15/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 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길르 지켜 보고 있다. 양광삼 기자yang.gwangsam@joins.com/2016.11.15/

같은 경기를 했지만 결과에 대해 느끼는 온도차가 컸다. 감독은 책임을 미루는 쪽에 집중했고 주장은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은 한국축구의 역사에 남을 참사였다. 한국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중국에 0-1로 졌다. 월드컵 본선 6경기서 3승1무2패에 그친 한국은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았다.

중국과의 맞대결에서 역대 두 번째로 패배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 지난 2010년 2월 동아시안컵 대회에서도 중국에 0-3으로 패한 적이 있지만 당시엔 국내파 위주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걸고 베스트 멤버가 나서고도 당한 패배라 충격파가 더욱 크다. 이번 패배로 중국전 원정경기 10경기 무패 행진(8승2무)도 함께 마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후의 말이 달랐다. 중국전을 하루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전술적으로도, 선수들의 컨디션도 완벽하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라"고 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엔 "전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다.

 감독의 발언으로 격앙된 현장 취재진의 마음을 주장 기성용이 풀어줬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기성용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에 나가는 건 힘들다"고 반성했다. 이어 "원정경기라서 여러 환경이나 다른 것들이 부족했다는 건 핑계다. 원정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건 결국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일 뿐"이라 꼬집었다.

'원정경기 부진'에 대해 질문한 취재진에게 "원정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선수들이 원정에서는 좀 더 긴장을 하는 것 같다"며 은근히 선수 탓을 한 슈틸리케 감독의 태도와 달랐다.

중국전 패배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당장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시리아와의 7차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벼랑 끝 상황에 몰렸다. 중국전 패배로 인해 무거워진 분위기를 털어내고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게 축구대표팀의 급선무가 됐다. 창사=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왼쪽)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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