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당 5.5건, 작년 혼인율 사상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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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불안한 일자리와 버거운 집값 탓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혼인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혼하는 나이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통계청 ‘혼인·이혼통계’ 발표 #총 건수, 40년 만에 30만 건 밑돌아 #첫 결혼 연령 남녀 모두 30대 넘어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은 5.5건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4건 줄어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0년 9.2건을 기록한 조혼인율은 80년에 10.6건까지 늘었다가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자료:통계청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자료:통계청

전체 혼인 건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28만1600건으로 전년 대비 7%(2만1200건) 줄었다. 74년(25만9100건) 이후 웨딩마치가 가장 적게 울렸다. 혼인 건수가 30만 건을 밑돈 건 76년(28만5900건) 이후 40년 만이다. 당시 인구는 지금의 3분의 2 정도(3500만 명)였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을 주로 하는 연령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실업률, 전·월세 가격 지수가 올라가는 등 혼인 관련 경제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결혼은 선택’이라는 인식의 확산도 혼인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결혼 연령 역시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 결혼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남자 32.8세, 여자 30.1세다. 2000년 남자 29.3세, 여자 26.5세 등 2000년대만 해도 20대에 주로 결혼했지만 이후 꾸준히 결혼 연령이 높아졌다.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30대 결혼이 일상화됐다. 20대 후반대의 혼인율(해당 연령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특히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남성의 25~29세 혼인율은 36.8건으로 전년보다 4.4건 줄었고, 같은 연령 여성의 혼인율도 66.5건으로 1년 전보다 6.4건 감소했다.

결혼 건수가 줄어들며 이혼 역시 감소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7300건으로 2015년과 견줘 1.7%(1800건) 적었다. 조이혼율(인구 1000명 이혼 건수)은 2.1건으로 97년(2건) 이후 가장 낮았다. 이지연 과장은 “혼인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시차를 두고 이혼 건수 역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이 늦어지며 이혼 연령 또한 높아졌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7.2세, 여자 43.6세로 전년 대비 모두 0.3세 상승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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