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M] 이것은 CG가 아닙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G(컴퓨터 그래픽)가 아닌 걸 알고 나면 더 새롭게 보이는 장면들. 영화 속 마법 같은 화면은 CG와 VFX(Visual FX·시각 특수효과)의 전유물이 아니다. 눈속임 없이 극적인 순간을 만든 최근의 영화들이 여기에 있다. 

어른도 따라하면 안 됩니다 
'어쌔신 크리드'(1월11일 개봉, 저스틴 커젤 감독)

어쌔신 크리드

어쌔신 크리드

바로 이 장면
적에게 쫓기다 궁지에 몰린 아귈라(마이클 패스벤더)가 아찔한 높이의 성당 꼭대기에서 고공 낙하한다.
CG 아닙니다!
원작 게임 속 ‘신뢰의 도약(Leap of Faith)’ 기술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장면은 가짜가 아니었다. 아찔한 높이에서 배우가 직접 뛰어내린 것을 카메라로 담았다는 이야기. 물론 낙하한 사람이 패스벤더는 아니다. 극한의 명장면을 만든 강심장은 세계적인 스턴트맨 데이미언 월터스다. 그는 12m에서 시작해 38m까지 높이를 올려 가며, 총 여덟 번 ‘신뢰의 도약’을 연기했다. 바닥에 깔아 놓은 에어 매트 외에는 아무런 보조 장치도 없었다고. 월터스는 그 밖에도 여러 액션 장면을 대신했는데, 그 가운데는 4층 높이의 건물 꼭대기에서 다른 건물로 뛰어넘는 장면도 있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2015, 매튜 본 감독) ‘007 스카이폴’(2012, 샘 멘데스 감독) 등의 스턴트를 담당한 월터스는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Pakour·프리 러닝)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가 더욱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Damien Walters’를 검색해 보시길. 단, ‘심장주의’ ‘오금주의’다.

'특촬' 종주국의 자존심
'신 고질라'(3월8일 개봉, 안노 히데아키·히구치 신지 감독)

신 고질라 / 사진=영화사제공

신 고질라 / 사진=영화사제공

바로 이 장면
일본 하네다 앞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고질라가 육지로 기어오른다. 도쿄 시내 한복판을 활보하는 고질라로 인해 도심의 건물들이 산산이 부서진다.
CG 아닙니다!
‘신 고질라’는 혁신적인 동시에 원초적이다. ‘고질라’ 시리즈(1954~) 사상 처음 고질라를 100% CG로 구현했지만, 아날로그 정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고질라’ 시리즈는 줄곧 ‘특촬’ 전통을 고수해 왔다.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배우가 특수 제작된 고질라 수트를 뒤집어쓰고, 미니어처 세트를 파괴하는 촬영 방식 말이다. 이 ‘특촬’ 전통은 이번 ‘신 고질라’에도 남아 있다. 고질라의 출현으로 도시가 산산조각 나는 장면 가운데 미니어처 모습이 일부 숨어 있다. 정교하게 만든 모형 건물 곳곳에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매달고, 세트를 넘어뜨리며 건물 붕괴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미술팀은 건물의 외형은 물론, TV·소파·책장·가방·옷가지 등 온갖 살림살이를 손으로 정교하게 만들었다. 영화에는 인물이 방 안에서 넘어져 쓸려 내려가는 모습이 합성돼 있어 미니어처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눈속임은 없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 조지 밀러 감독)

매드맥스

매드맥스

바로 이 장면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여인들을 태우고 사막을 질주하는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독재자 임모탄(휴 키스 번)의 전사들이 그 뒤를 맹렬히 쫓는다.
CG 아닙니다!

‘매드맥스3’(1985, 조지 밀러·조지 오길비 감독) 이후 30년 만에 시리즈에 복귀한 조지 밀러 감독은 지독하게도 옛날 방식을 고집했다. 배경이나 세부 묘사에 CG를 가미하기는 했지만, 거의 모든 장면을 실제로 구현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호주 브로큰힐의 황야를 자동차로 질주하고 모래바람과 싸워 가며 촬영한 것. 이유는 단 하나, 실감 나는 영상을 위해서다. 촬영팀은 150여 대의 자동차에 일일이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한 뒤 실제로 불을 지르고 전복시켰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에는 고난도 액션 촬영을 위해 150명의 스턴트맨도 동원됐다. 달리는 차량의 장대에 매달려 곡예하듯 액션을 펼친 배우들 가운데는 ‘태양의 서커스’ 단원도 있었다. 빨간 타이츠 차림의 ‘기타맨’(아이오타)이 연주하던 기타도 모형이 아니었다. 이 전자 기타는 영화에서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불도 뿜었다. 기타맨이 올라탄 ‘두프 웨건’ 역시 이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됐는데, 실제 운행이 가능했다.

외계 종족 안에 사람 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가렛 에드워즈 감독)

모로프(사진=영화사 제공)

모로프(사진=영화사 제공)

바로 이 장면
우주 전쟁의 한복판. 온갖 외계 용병들이 전장에 투입된다.
CG 아닙니다!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의 특수효과 역시 모조리 CG의 힘을 빌린 건 아니었다. 주요 외계 종족 캐릭터는 CG로 만든 결과물로 보이지만, 사실 사람 냄새로 충만하다. 크리처 디자인을 담당한 닐 스캔란은, 130명의 크루와 함께 있는 약 30개의 외계 종족을 만들었다. 키 작은 대머리 외계인 위티프 큐비, 흰색 털의 전설 속 생물 ‘예티’를 닮은 모로프, 입이 커다란 도마뱀 형상의 파오 등이다. 모두 실제 탈 인형으로 제작돼 배우가 직접 들어가거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펼쳤다.
위티프 큐비로 분장했던 배우는 바로 워윅 데이비스. 왜소증을 딛고 영화배우가 된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1977, 조지 루카스 감독)을 비롯해, ‘해리 포터’ 시리즈(2001~2011) ‘잭 더 자이언트 킬러’(2013, 브라이언 싱어 감독) 등에서도 감초 같은 활약을 한 바 있다. 전신 탈 인형으로 제작된 파오 속에는 배우 데릭 아널드가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아널드는 이어폰을 통해 촬영 내용을 주문받으며 연기했다.

온몸으로 만든 놀라운 명장면

열기는  CG로 되는 게 아니지

'사일런스'(2월28일 개봉,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사일런스

사일런스

바로 이 장면
뜨거운 김으로 자욱한 화산 지대.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는 벌거벗긴 채로 포박된 사제들이 뜨거운 물로 고문당하는 걸 목격한다.
CG 아닙니다!
“역대 가장 힘든 영화라 할 만큼 촬영 현장이 험난했다. 대개 진흙이 질척대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장소 아니면, 가파르고 바위투성이의 험준한 땅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회상이다. 노장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고통을 감내하는 여정을 그리는 것이 이 영화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운젠온천에서 사제들이 학대당하는 장면의 열기는 CG가 아니다. 이 장면은 관광지로 개발된 운젠온천 대신, 대만 타이페이 근교 양명산 국립공원에서 촬영됐다. 해발 1120m의 양명산은 지열 활동이 활발해 ‘살아 있는 화산’으로 통하는 곳이다. 산자락 곳곳에서 유황 온천수가 솟고, 뜨거운 김이 땅 위로 피어오르는 야생의 산이다. 그 덕분에 제작진에게는 굳이 CG나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촬영팀은 섭씨 100도에 가까운 온천수 주변에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늘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했다.

관련기사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