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14년 동안 연필을 들여다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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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래, 나는 연필이다
박지현 지음
퓨처미디어

368쪽, 1만8000원

연필에 관해 이렇게까지 알아야 되나? 저자는 당연하다고 확신한다. 2001년 연필을 다룬 책 한 권을 보고 14년 동안 연필 이야기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동안 만난 8명의 전세계 ‘연필인’과의 대화, 연필의 역사를 담았다. 연필심 조각가, 연필로 그리는 동화작가, 연필깎기 전문가(!) 등 ‘연필인’들은 연필이 평범한 사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건 인생의 진리와 본질을 담은 물건이라는 거다. 이를테면 이런 논리다. “연필이 부러지는 것에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연필을 깎지 말고 놔둬야 한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연필을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려면 깎아야 하고, 그러려면 슬퍼하거나 실망할 수 있는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동의한다면 연필인의 소양이 있는 사람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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