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게임전략 '5者5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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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달 말 열리는 6자(남북, 미.일.중.러)회담은 외형상 5대 1의 게임이다. 북한의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핵심 의제인 만큼 북한이 나머지 5개국의 압력을 받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중.러도 "북한의 핵개발은 안된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전략이나 이해관계는 적잖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회담이 잘 굴러가 북핵 해결의 단서를 찾기 바란다. 그래서 정부 일각에선 PD(프로듀서)론이 나온다. 6개국 가운데는 주연과 조연이 섞여 있지만 회담이 깨지지 않고 해결의 접점을 찾게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기적으로 북핵 문제의 불똥이 경제로 튀는 것을 막고, 장기적으로 현 정부의 국정 목표인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미국의 접근법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폐기 쪽으로 호응해 오면 북한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을 하는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 아시아 정책의 핵심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포괄적 대북 접근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시간을 버는 쪽으로 나오면 대북정책의 주도권은 강경파로 넘어가고, 회담 결과는 대북 강경노선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은 회담 결과에 관계없이 6자회담의 틀은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한반도 주변국이 참가하는 북핵 다자해결 구도를 미국 외교의 승리로 삼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당근을 주든, 채찍을 구사하든 6자회담 틀 속에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핵+알파'의 회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의 핵 폐기 외에 일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탄도미사일 문제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동시에 다루길 바란다. 일본이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일 간 별도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이와 맞물려 있다.

중국은 지난 4월의 3자회담(북.미.중)과 이번 회담 개최를 통해 중재자(Peace-maker)로서의 위상을 굳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대국에 걸맞은 정치대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로 치달을 때의 부담 또한 만만찮은 만큼 고민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일본과 더불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바란다. 이번 회담에 북한 측 결정에 따라 들어오게 된 만큼 북.미 간에 완충역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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