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대출 받아 집 사면 곤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국내 부동산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예견돼 있었던 데다 한국은행이 바로 금리를 올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국내 대출금리에 이미 선제적으로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 증가 등과 맞물리면 최근 온기가 돌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금리 인상기 재테크 기상도 #아파트값 4개월째 보합권 #강남 재건축 시장 조정 예상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전문가들은 보수적으로 대응하라고 입을 모은다. 집값이 뛰고 거래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 대출까지 받아 주택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주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보합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주택 거래량(6만3484건)도 지난 5년 평균보다 0.7% 적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1~2년 전처럼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공격적으로 대출받아 집을 살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시장 분위기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비율이 높은 강남 재건축 시장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대출 부담이 크지 않다면 급매물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투자한 이들이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해 ‘알짜’ 급매물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을 받더라도 자기자본이 집값의 60% 이상은 돼야 한다.

분양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올해와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국내 중도금 대출금리 인상 압박도 커져 수요자 입장에선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이자 부담이 커진다. 미분양 우려도 적잖은 만큼 서울 역세권 등 상품성이 좋은 단지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

저금리 바람을 타고 호황을 누렸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당분간 움츠러들 전망이다. 하지만 임대수익률이 괜찮은 상품엔 투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의 경우 지난해 말 서울 임대수익률이 연 5.14%(KB국민은행)로 여전히 예금금리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