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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35세 50% 대출로 첫 내집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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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결혼 5년 차인 30대 주부 전업주부 고모씨는 다음 달 생애 처음으로 산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 서울의 전용면적 84㎡형 아파트다. 집값 5억8000만원 중 2억5000만원은 보금자리론을 받는다. 30년간 월 100만원씩 원리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그는 “생활비 쓰고 빚을 갚으면 여력이 없어서 저축은 한 달에 10만원도 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 세대는 이렇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은 29세였던 1981년 처음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고씨의 집과 같은 84㎡짜리 아파트의 분양가는 2900만원. 그때만 해도 외벌이도 차곡차곡 저축한 돈으로 대출 없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1만 명 금융생활 분석 #7명 중 1명이 적자 인생, 저축 못해 #중·고·대학생 자녀 둔 50대가 최악 #자녀 결혼 땐 평균 6359만원 보태줘

월급에서 생활비 쓰고 빚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는 건 나뿐일까. 신한은행이 16일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1만 명의 금융생활을 분석했다. 그 결과 7명 중 1명(13.4%)은 저축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에서 고정 소비금액과 부채 상환액, 보장성보험 납입액을 빼고 남은 금액이 0 또는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큰 적자 가구인 셈이다.

자료:신한은행

자료:신한은행

가구별 저축 여력은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컸다. 가장 여유가 있는 그룹은 역시 미혼인 20대다. 이들 응답자의 93.5%는 저축 여력이 있었다.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저축할 수 있는 비율도 22.3%에 달했다. 하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어 자녀가 커갈수록 저축하기가 어려워진다. 중고생 자녀를 둔 40대 중 17.6%, 중·고등·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17.7%는 저축 여력이 없다. 이 비율은 자녀가 대학까지 졸업하고 나면 약간 떨어졌다가(성인 자녀 둔 50대 17%) 60대가 되면 다시 올라간다(18.9%). 신한은행 관계자는 “60대엔 소득은 감소하는데 자녀 결혼 등으로 목돈 지출 부담이 커져서 저축 여력이 가장 낮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3년 내 자녀를 결혼시킨 응답자 409명은 평균 6359만원을 결혼자금으로 지원해줬다고 응답했다. 부모 중 절반 가까이(47.6%)가 “자녀의 결혼 자금 지원으로 노후 생활에 무리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신한은행

자료:신한은행

가계를 팍팍하게 만드는 건 역시 빚이다. 전체 응답자 중 72.6%는 부채를 보유 중이고, 평균 부채 잔액이 5066만원이다. 이들은 월 소득(평균 479만원)의 16.1%에 달하는 77만원을 빚 갚는데 쓰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연체 없이 매달 77만원씩 갚아나간다면 5.5년이 걸려야 현재의 빚에서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입학(학자금), 본인 결혼,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자녀 결혼…. 삶은 다양한 이벤트의 연속이고 이는 생애 전반에 걸쳐 대출을 유발한다. 그 중에서도 덩치가 큰 건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이전엔 평균 만 29.2세에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했다. 하지만 최근엔 평균 34.8세가 돼야 처음 부동산을 구입하게 된다.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주된 이유는 부동산 값이 올라서다. 1980년대엔 첫 부동산 구입금액이 평균 5275만원이지만 지금은 1억7117만원으로 뛰었다. 빚 지지 않고 자력으로 첫 부동산을 구입하는 비율은 점점 더 떨어진다. 1980년대엔 첫 부동산 구입 금액의 31.8%만 대출로 충당했다. 이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부터는 대출 비중이 40%를 넘어섰고 최근엔 절반(49.3%) 가까이를 빚 내서 집을 구입한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한 상담 지원 시스템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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