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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변신한 스키점프장, 눈 치우니 불만 눈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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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키점프대를 축구장으로 개조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1일 강원과 서울의 경기를 열었다가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티켓값은 3만원이나 됐지만 그라운드 곳곳이 맨땅이었고, 화장실도 부족했다. 팬들은 주차장에서 내려 경기장 입구까지 2km를 걸어야 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스키점프대를 축구장으로 개조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11일 강원과 서울의 경기를 열었다가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티켓값은 3만원이나 됐지만 그라운드 곳곳이 맨땅이었고, 화장실도 부족했다. 팬들은 주차장에서 내려 경기장 입구까지 2km를 걸어야 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K리그 클래식(프로축구 1부리그) 재승격 후 올 시즌 첫 홈 개막전을 치른 강원 FC가 부실한 준비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실망 컸던 강원 FC 이색 홈구장 #티켓 가격 3만원 받은 홈 첫 경기 #곳곳에 맨땅, 비료 악취도 진동 #‘걸어서 2km’ 팬들 진입로도 협소

강원은 11일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1로 졌다. 후반 32분 서울 공격수 데얀(36·몬테네그로)에게 실점을 허용한 뒤 만회하지 못했다. 상주 상무와의 원정 1차전에서 승리(2-1)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강원 구단은 이 경기를 앞두고 ‘A매치 못지않은 큰 게임’이라고 홍보했다. 강원의 정조국(33)·이근호(32), 서울의 박주영(32)·데얀 등 국가대표급 스타들이 다수 출전했기 때문이다. 스키점프대를 축구장으로 개조한 홈구장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스포츠 인프라의 융·복합 활용 모범사례로 기대를 모았다. A매치 못지않은 티켓 가격(3만원)에도 불구하고 5098명의 팬들이 몰렸다. 평창군 전체 인구(4만 명)의 12.7%에 해당하는 숫자다.

미흡한 준비 상황이 뜨거운 경기 분위기를 망쳤다.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가 모두 끝난 지난달 16일부터 강원 구단 관계자들이 스키점프대의 눈을 걷어내는 작업에 매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라운드 곳곳에 맨땅이 드러났다. 불규칙 바운드가 속출했고, 선수들이 자주 미끄러졌다. 눈으로 덮기 전 잔디 생육을 위해 뿌려놓은 비료 탓에 그라운드 안팎에 악취가 진동했다.

팬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입로와 주차 시설이 협소해 팬들은 먼 곳에 차를 세운 뒤 2㎞ 가까이 진흙밭 언덕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수했다. 매표소와 화장실·매점도 부족했다. 서울 공격수 데얀은 “이곳에서 1년 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걸 안다. 맑은 공기와 스키점프대의 멋진 외관이 인상적”이라면서도 “축구 경기를 치를 그라운드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기 후 팬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강원 구단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홈 경기 운영이 미숙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 다음 홈 경기(18일 포항전)까지 반드시 보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포항 스틸러스는 12일 홈에서 광주FC를 2-0으로 꺾고 개막전 패배 후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포항 공격수 양동현이 전반 43분과 후반 33분 2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상주 상무는 전남 드래곤즈를 3-1로 완파하고 1패 뒤 첫 승을 거뒀다. 상주의 미드필더 김호남이 2골을 터트렸다. 양동현과 김호남은 올 시즌 3골로 득점 공동선두로 나섰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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