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軍事회사 특수 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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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9.11 이후 전쟁과 분쟁이 더욱 늘어나면서 '민간군사용역회사(PMC)'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각국 정부와 계약을 하고 경호에서부터 경비.군수.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군인 역할을 하고 있다. 회사는 큰 돈을 벌고, 정부는 경비를 아끼는 상호 이득을 챙긴다. 하지만 이들이 전투행위에 연루돼 폭력을 행사할 경우 국제법이나 전투규범에 맞느냐는 논란도 많다.

◇이라크 등 1백여곳서 활동=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늘 미군 특수부대원 복장의 프로 전투원들에게 둘러싸여 움직인다. 이들은 미국 버지니아의 전투용역회사 '딘코프(DynCorp)' 직원들이다. 이 회사는 10여개국에서 모인 1백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딘코프는 이라크에서도 활약 중이다. 딘코프의 가장 굵직한 용역은 콜롬비아의 마약전쟁이다. 딘코프는 미 정부에서 빌려준 제트기를 이용해 마약재배 지역 상공에 살충제와 코카(Coca) 묘목을 뿌리고 콜롬비아 공산반군을 공격하는 정부군을 블랙호크 헬기로 수송하기도 한다. 모두 미 정부와 계약한 것이다. 현재 세계 1백여곳에서 활약 중인 주요 민간군사용역회사는 딘코프를 비롯해 10여개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회장직을 맡았던 에너지 개발업체 핼리버튼(Halliburton)의 자회사인 KBR는 1990년대부터 뛰었다. 그들은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선 기지 건설.공항 정비에서부터 군복 세탁업무까지 도맡았다.

◇군사용역회사를 고용하는 이유=정규군을 파견하기 곤란한 지역에는 '국가'의 색깔이 옅은 민간인이 효율적이다. 미국은 90년대 중반 라이베리아 내전에 평화유지군으로 개입한 나이지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이들을 고용했다.

통상 미국 정규군 투입에 필요한 전비의 15분의1이면 용역계약이 가능하다. 95년 시에라리온 정부의 요청에 따라 내전에 참가했던 EO(Executive Outcomes)는 유엔군 운용에 필요한 예산의 4%만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폭력사용의 도덕성 논란='합법적인 폭력'은 국가만이 독점하는 것인데 과연 군사용역회사가 국가가 지닌 합법적 폭력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비 등의 용역을 수행하다 전투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용역회사가 저지른 전투과정의 학살 행위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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