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건조경보에 산불 비상, 수수께끼 강풍까지 분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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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봄 강원도 동해시 산불 [중앙포토]

2000년 봄 강원도 동해시 산불 [중앙포토]

꽃샘추위가 가고 포근한 봄이 왔지만, 동해안에서는 산불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 9일 시작된 강원도 강릉 산불이 75㏊(0.75㎢)의 산림을 태우고 10일 오전 10시 30분쯤 진화됐다.
하지만 강원도 동해안 지역 산불은 이번 주말과 휴일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건조경보

건조경보

기상청은 10일 오전 11시를 기해 강원도 강릉·동해·삼척에 내려져 있던 건조주의보를 건조경보로 대치했다.
이들 지역 외에도 강원·충북·영남 등 동쪽 지역 대부분에는 건조주의보가 발령돼 있다.
건조 주의보는 실효습도 3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건조경보는 실효습도 25% 이하인 상태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된다.
건조경보가 발령됐다는 것은 그만큼 습도가 낮아져 산림이 건조해져 산불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기상청은 다음 주 월요일인 13일에는 강원 영동에 눈·비 소식이 있지만, 주말인 11일과 휴일인 12일까지는 비 소식 없이 대체로 맑고 건조할 것으로 예상한다.
강원 영동지방은 과거 봄철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 큰 피해를 내기도 했다.

강원도 고성에서는 1996년 4월 산불로 37.6㎢의 숲이 탔고, 2000년 4월에는 서울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244.5㎢의 산림이 사라졌다.

2005년 봄에는 양양 낙산사가 한순간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강원 영동지방의 산불이 무서운 것은 양양~간성 지역에서 부는 국지성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탓이다.

양간지풍은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고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 잡는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 때 나타난다.

고기압에서 기류가 불어오면서 한반도에는 서풍이 불고, 태백산맥을 넘은 서풍이 영동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강풍으로 바뀌고 고온 건조해진다.

그게 '양간지풍'이다

온난한 성질의 이동성 고기압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면 태백산맥 위 해발 1500 m 상공에는 기온 역전층이 형성된다.

보통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지만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면 위로 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찬 공기는 기온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틈새로 지나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압축돼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빨라진 공기는 산맥 경사면을 타고 영동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여름철 태풍 수준인 초속 32 m의 강풍이 분 적도 있다.

건조한 바람, 그것도 초속 20 m 안팎의 강풍이 불면 불씨는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며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기도 한다.

봄철 강원 영동 산불을 진화하기 어렵고 피해 면적도 큰 이유다.

이와 함께 동해안을 따라 산불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 숲이 발달돼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다.

소나무는 일단 불이 붙으면 인화성이 강한 송진·솔방울로 인해 불이 더 커지기 쉽기 때문이다.

기상도

기상도

10일에도 남해안으로 고기압이 지나가고 있고, 러시아 연해주 쪽에는 저기압이 자리잡고 있어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가 나타나고 있다.

강원 영동을 비롯해 동쪽 지역에서는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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