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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등급 낮은 대학 콕 집어 3년간 정원 5만 명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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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부터 내후년까지 전국의 대학 정원을 5만 명 더 줄이는 계획이 추진된다. 대학별 평가를 통해 하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을 집중적으로 감축하는 방식이다. 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수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2기 구조개혁평가안 발표 #기준 통과하거나 통폐합 대학은 제외 #하위 50%선 장학·재정지원 끊기로 #권역별 최소 정원제 둬 지방 배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학생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대입 정원을 16만 명 줄이기 위한 조치다. 1주기(2014~2016년) 4만 명, 2주기(2017~2019년) 5만 명, 3주기(2020~2022년) 7만 명을 각각 감축하는 게 목표다. 서유미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기면 수도권 이외의 대학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등 불합리한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정부가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2주기 평가계획은 ‘선택과 집중’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평가 결과 하위권 대학들은 1주기 때보다 더 혹독한 정원 감축 요구를 받게 된다. 1주기 평가에선 모든 대학을 A~E등급으로 분류해 정원 감축 규모를 차등화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A등급 34개 대학을 제외한 124개 대학이 B~E등급을 받아 정원의 4~15%를 줄여야 했다.

반면 2주기 평가에선 우선 1단계 평가를 시행해 일정 기준을 통과한 대학은 강제로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 하지만 기준 미달 대학들은 2단계 평가를 통해 X·Y·Z등급을 받게 되며 그에 따른 정원 감축 요구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하위권 대학 비율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학가에서는 50% 정도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이들 대학에서만 5만 명을 줄여야 해 감축 비율도 1주기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하위 대학 중 Y·Z등급은 정부 재정지원도 받을 수 없다. Y등급은 재정지원 일부, Z등급은 국가장학금과 재정지원사업 등 모든 지원이 끊긴다. 교육부는 Z등급 중 앞선 1주기 평가에서도 최하위를 받은 대학은 ‘한계대학’으로 지정해 통폐합이나 폐교까지 유도할 계획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대학과 대학, 대학과 전문대 등이 통폐합하면서 정원을 줄일 경우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학 통폐합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특정 지역의 대학 정원이 너무 많이 축소되지 않도록 권역별 ‘최소 정원’을 설정해 일정 수준 이하로 정원이 떨어지는 문제를 막기로 했다.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부실 대학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는 정원을 덜 줄여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수도권 대학들로서는 불리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구조개혁법 국회 통과 못해 한계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계획에도 불구하고 하위권 대학을 상대로 한 강도 높은 정원 감축과 퇴출 계획 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실 대학 퇴출 기준과 절차 등을 담은 대학 구조개혁법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선 퇴출 대학의 설립자에게 대학 청산 뒤 잔여 재산을 돌려주는 조항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도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로 정원을 줄이거나 퇴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또 평가 시점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상반기라는 점도 변수다. 새 정부의 성격에 따라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의 방향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상황이 불확실한 건 맞지만 인구절벽에 직면한 상황은 어떤 정치적 변화가 있더라도 동일하다”며 “새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크게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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