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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한국 한센인에 보상" 피해자들 "눈 감기 전에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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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 참의원이 일제 때 한국에서 강제 격리한 한센인에 대해서도 보상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다음날인 4일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주민들은 대부분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환영 플래카드 하나 걸리지 않았다.

남상철(79)씨는 "보상을 해 주려면 좀 더 일찍 해야지…"라며 혀를 찼다.

남씨는 한센병에 걸린 지 1년 만인 1942년 14세 때 일본인 순사에게 끌려 소록도로 왔다. 남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형제와 생이별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며 "섬에 갇힌 채 일본인들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학대당한 날들을 어찌 돈 몇 푼으로 잊을 수 있겠느냐"며 눈시울을 적셨다.

일본 정부로부터 800만 엔(약 6800만원)씩 보상받게 될 국내 한센인은 남씨처럼 45년 8월 15일 이전에 요양원 등에 강제격리됐던 사람들. 소송을 제기한 소록도의 124명과 다른 한센인 282명 등 406명 외에도 격리수용 사실이 입증되는 피해자와 사망자에 대해서도 보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소록도병원 원생 자치회장인 김명호(56)씨는 "보상 대상자가 모두 고령이어서 보상을 받기도 전에 숨지는 경우가 더 이상 없도록 일본 측은 보상금 지급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록도의 보상 대상자는 최고령자의 경우 105세이고, 평균 나이가 82세다. 소록도에서만도 2004년 8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소송을 제기한 뒤 26명이 사망했다.

또 강제격리 및 피해 사실이 분명한데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이 많아 이들의 보상 여부가 한.일 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입증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서류를 대신해 증인 인터뷰 등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 한센병='나병' '문둥병' 등으로 불렸으나 2000년 전염병예방법 개정과 함께 발견자인 독일 의사의 이름을 따 한센병으로 불리고 있다. 한센병은 전염 가능성이 매우 적고 완치된다. 전국에 7개 전문 병원과 87개 정착촌이 있다. 소록도는 16년 국립병원이 문을 열면서 한센인을 수용, 한때 6000여 명이 살기도 했다. 현재 672명이 있으며, 평균 연령은 71세다.

소록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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