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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콜 수 못 채웠어”…여고생, 저수지 투신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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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3일 오후 1시6쯤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10대 소녀가 익사체로 발견됐다. 이 소녀는 전주의 한 이동통신업체 콜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며 평소 강도높은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지난 1월23일 오후 1시6쯤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10대 소녀가 익사체로 발견됐다. 이 소녀는 전주의 한 이동통신업체 콜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며 평소 강도높은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포토]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여고생이 저수지에 투신해 사망하자 ‘과도한 노동에 의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전북지방경찰청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23일 오후 1시6분쯤 전주 아중저수지 팔각정 난간 아래에서 한 구의 시신이 떠올랐다.

숨진 A양은 전날 저녁 저수지 인근에서 친구와 어울리다 헤어졌다. 이날 A양은 다른 친구에게 죽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평소 A양은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자주 보내며 자신의 일을 힘들어했다. A양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에게 ‘너무 힘들어’, ‘오늘도 일을 다 못 채웠어’, ‘나 그만두면 안 될까’는 문자메세지를 보냈고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A양은 고등학교 졸업에 맞춰 이뤄지는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으로 지난해 9월 8일부터 전북 전주에 있는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여고생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최소한의 인간 대접도 못 받는 근무환경이 있었다"며 해당 이동통신회사의 해명과 피해회복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북민노총과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오후 6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였다. 고등학생은 근로기준법상 하루 7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돼 있다.

A양의 아버지는 딸로부터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 늦게 퇴근할 것 같아”라는 문자메시지를 종종 받았다. 어머니는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은 바로는 소비자들에게 심한 말을 듣고 몇 시간씩 울기도 했다”며 “실적이 나쁘면 남아서 타박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A양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과도한 노동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가 잘 나오는 친구였는데 안타깝다”면서도 “수차례 A양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실적을 이유로 질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A양의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전북민노총 관계자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감정노동을 감내하고 회사의 부당노동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회사의 부당노동 행위 실태와 현장실습 관리ㆍ감독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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