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 신차’ 사라질까…국회, 업계-국민 사이 고민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차를 산 뒤 고장이 빈번해도 교환이나 환불이 안 돼 답답하던 자동차 소비자의 마음을 이번에는 달랠 수 있을까.

1년 이내 2번 수리, 1회 수리기간 30일 넘으면 교환ㆍ환불 규정 #자동차산업협회, 수입자동차협회는 법 개정에 적극 반대 #정용기 의원, “소비자 불만 팽배한 상황…소비자가 최우선”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자동차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해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에 2번 이상 수리하거나 1회를 수리했더라도 수리기간이 30일을 넘을 경우 새 차로 교환하거나 환불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직전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달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차 소비자들은 ‘운이 나쁜 경우’ 신차 구매의 즐거움도 누리지 못한 채 불편함과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중대한 하자 발생한 게 공론화될 경우 자동차 제작사가 리콜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리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리콜 대신 무상수리를 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수천만원, 많게는 억 단위의 제품을 구매하고도 자동차 회사들의 정책에 끌려다녀야 했던 소비자들은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아예 새 차로 교환하거나 환불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토교통위가 위원회 대안으로 개정안을 만들기 전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큰돈을 주고 구입한 신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돼 안전을 위협받아도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교환 및 환불이 워낙 까다로워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국민과 소비자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로비가 치열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폐기된 전례도 있다.

지난해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중앙포토]

지난해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중앙포토]

실제 자동차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가입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나 폭스바겐 코리아, 아우디 코리아, BMW 코리아 등이 회원사인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이 법안에 반대하며 국회 측에 자신들의 입장를 적극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교환ㆍ환불을 기대하고 차량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도덕적 해이와 본인 과실에도 불구하고 교환ㆍ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 발생을 우려하고, 이에 따라 제작자등의 하자 입증 책임과 교환ㆍ환불에 대한 부담이 증가해 대다수의 합리적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이미 국토교통위에 반대 의견을 공식 전달한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1회를 수리했더라도 수리기간이 30일이 넘을 경우’라는 조건이 수입차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외국에선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이 이미 시행 중인 사례가 많다. 국토교통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은 이미 자동차 교환ㆍ환불에 관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천국’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은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연방소비자보증법(연방 ‘레몬법’)에 따른 중재 프로그램(BBB Auto Line 등)이 있고, 일부 주(州)에선 자체적으로 레몬법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소비자권익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자동차 교환ㆍ환불과 무상수리에 관한 제도를 법제화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