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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처럼 사는 여행도 부담없이 떠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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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하나를 받은 한식당 '품 서울' 오너셰프인 노영희 셰프는 정통 한식을 프랑스 코스요리처럼 담아 독특한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한식기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그릇 수 천 점을 수집했고 2016년말 편집샵 '노영희의 그릇'을 열었다. 그에게 여행의 의미를 물었다.

그릇 만드는 셰프 노영희 '품 서울' 대표를 그릇 가게 '노영희의 그릇'에서 만났다. 김성룡 기자

그릇 만드는 셰프 노영희 '품 서울' 대표를 그릇 가게 '노영희의 그릇'에서 만났다. 김성룡 기자

-미식 여행을 즐길 것 같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먹거리와 쇼핑이다. 어딜 가나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짧게 여러 곳을 다니기 보다는 한 도시에 오래 있으면서 주변을 탐험하는 여행을 추구한다. 아침마다 일어나서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려고 짐을 싸야하는 여행은 피하고 싶다.”

여행자의 취향④ 미쉐린 1스타 '품 서울' 노영희 대표

-가장 오래 있었던 여행지는.
“2년에 한 번씩 ‘여행지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했다. 여러 번 여행 갈 돈을 아껴서 한 번에 크게 쓰는 거다. 한국에서의 일을 모두 멈춰두고 가야하기 때문에 지출이 상당히 큰 프로젝트다. 그래서 실천은 두 번밖에 못했다(웃음). 5년 전 영국 런던, 3년 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한 달씩 살았다.”

-한 달 간 살면서 무얼 하나.
“숙소는 한 군데로 정해두고 일단 살아 본다. 런던에서는 아파트를 빌렸고 프로방스는 농촌에 있는 에어비엔비(공유 숙박 서비스)를 통해 구했다. 여행지에 ‘내 집’을 만드는 거다. 그리고 차를 빌려서 주변 지역을 여행했다. 쉬는 날엔 동네 마켓에서 직접 장을 봐서 간단하게 원 디시로 요리해 먹고 그랬다. 현지 식재료로 내가 차린 음식도 여행지의 음식이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런던에서 지내다 콘월을 방문했을 때 영국음식 피쉬앤칩스를 파는 작은 레스토랑을 빌려서 한식 디너를 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마침 KBS 이욱정 PD(‘요리인류’ 등 연출)가 현지에 있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홍보를 해줬다. 한식은커녕 한국이 어디 붙어있는 지도 모르는 콘월 사람이 32명이나 찾아왔다. 잣수란, 떡갈비, 생선구이, 가지말이냉채, 약과, 오미자젤리, 레몬셔벗 등 코스요리로 대접했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원래 한국에서도 사람 초대해서 음식 해주는 걸 즐기지만, 해외에서 한식을 전파하는 활동은 언제나 특별하다.”

-장기 여행을 위한 짐 싸기 팁이 있다면.
“나는 워낙 가볍게 가는 편이라 딱히 팁이 없다. 오랜 기간 머물수록 여행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 부담없이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여행 갔을 때 꼭 사오는 물건이 있나.
“식재료와 조리도구. 1999년 이태리에서 한 달 머물다 돌아올 때는 트렁크 하나 가득 파스타만 사온 적도 있었다. 요즘은 해외 식재료를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렇게까지 사오진 않는다. 하지만 소도구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것들이 아직 많다. 딱히 수집하는 품목은 없고, 실질적으로 쓸모가 있는 작고 독특한 조리도구가 보이면 무조건 산다.”

-즐겨 쓰는 여행가방은.
“이것저것 사오는 걸 좋아하다 보니 가방이 튼튼해야 한다. 리모와 캐리어를 크기 별로 3개 쓴다. 가장 오래된 건 10년도 넘었다. 예전에 해외에서 무거운 그릇을 잔뜩 사오다가 어깨를 다친 적이 있어서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캐리어를 골랐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 타켓은 뉴욕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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