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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독살 용의자 이정철 “말레이 경찰이 얼토당토 않은 수작 부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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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 이정철(46)이 4일 북한으로 가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이번 사건을 "공화국의 위상과 존엄을 훼손시키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 형식으로 풀려난 북한 국적 이정철은 이날 오전 2시쯤 공항 입국 수속절차를 마치고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50여명이 달려들어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준비된 기자회견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전날 쿠알라룸푸르 세팡 경찰서에서 풀려날 때는 방탄 조끼를 입은 차림이었지만 공항 도착 땐 두터운 겉옷을 입고 있어 방탄 조끼 착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어 이정철은 베이징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외신 기자들에게 통지했다. 오전 3시 경 2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자 대사관 경비 철장 뒤에서 준비한 듯한 '모략' 발언을 약 14분간 이어갔다.

베이징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정철.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베이징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정철.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말레이시아 당국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서 어제 추방돼 온 조선민주주의 공화국 공민 이정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지난 2월 17일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있는 9시40분 말레이시아 경찰 열일곱명이 무장하고 들이닥쳤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그자들(말레이 경찰)이 내가 어떤 살인사건에 가담한 주모자"라며 "자동차의 기름, 집안의 종이, 손전화기(휴대폰)에 공식을 날조해 독약과 관련있다며 얼토당토한 수작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정철은 이어 "우리 가족을 억류한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너희 딸이 귀하지 않냐. 아내가 귀하지 않냐. 아들이 귀하지 않냐. 몽땅 체포되서 감옥에 있다"며 "네가 모든 걸 인정하면 사는 거요. 네가 부인하면 다 죽어야 된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화학물질이 발견된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빌라 '버브 스위츠'를 아느냐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13일 사건 발생 당시 용의자들을 공항까지 태워줬다는말레이 경찰의 주장도 부인했다. 자신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비누 원자재 무역에 종사했다고 설명했고, 김책 공대를 졸업했다고 해명한 뒤 대사관 직원에 이끌려 정문 안으로 사라졌다.

앞서 이정철은 3일 오전 구금돼 있던 세팡경찰서에서 풀려나 경찰의 보호 속에 말레이시아 이민국으로 가 추방 절차를 밟았다. 이어 오후 6시 25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이징행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출국했다. 그는 4일 12시55분 베이징 서우두 공항 발 고려항공 JS152편으로 지난달 27일 베이징을 방문한 이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함께 평양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철은 지난 13일 김정남이 베트남 및 인도네이사아 국적의 두 여성에 의해 독극물로 피살된 것과 관련해 북한 국적 용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17일 검거됐다. 주범 4명이 이미 도주 및 출국한 상태에서 3일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지 업체에 위장취업한 것으로 알려진 이정철에게 이민법 위반을 적용해 추방했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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