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외부에서 선동” 대책위 “다수의 입장” 학생 “조용해졌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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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명고 사태로 본 한국사회

3일 오전 7시50분쯤 경북 경산시 문명고 정문 앞. ‘교내에서 시위 및 집회행위를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이틀 전 중·고 교장 명의로 세운 것이다.

국정교과서 채택 문명고 혼란 계속

전날 입학식 취소의 여파는 이날도 계속됐다. 오전 11시30분쯤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일부 보수성향 시민이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의 만류로 해산했다. 한 70대 여성은 “현재 검정 교과서는 다 빨갱이들을 키우는 교과서”라고 소리쳤다. 학생들은 당혹한 표정이었다. 신입생 김모(17)군은 “입학하자마자 시위를 벌이고 하니까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입생 정모(17)군도 “굳이 우리 학교만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채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이날 국사 수업을 천재교육의 검인정교과서로 진행했다. 국정교과서는 이르면 다음주 중 배포될 예정이다.

학교 측은 일부 교사와 학부모, 외부세력이 학생들을 선동해 입학식을 무산시켰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우리 학교의 전교조 교사 1명, 민주노총 출신의 학부모가 주동하고 있는 것이고 다수는 침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저지 대책위원회의 입장은 다르다. 오일근 대책위 공동대표는 “지난달 27일 학부모 임시회의에 참석한 1학년 학부모 86명 중 84명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는 2일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또 30명 가까운 학부모들은 단체 전학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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