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모바일, 국민의당 경선 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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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트라우마’와 ‘모바일 트라우마’.

국민의당 대선 경선룰 협상을 읽는 숨은 키워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은 조직선거에 취약하고, 손 의장 측은 모바일 투표 등 다수의 여론이 반영되는 경선룰에 취약점을 갖고 있다. 

2일 오후, 안 전 대표 측과 손 의장 측은 1시간 간격으로 국회 의원회관으로 각각 기자들을 불렀다. 손 의장 측은 현장투표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미국도 사전 등록 없이 신분증만 갖고 투표한다”고 주장했고,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역선택과 조직동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동안 국민의당 경선룰 협상에서 쟁점은 모바일 투표 포함 여부였다. 그런데 안 전 대표 측이 협상 마지노선이었던 지난달 28일 모바일 투표를 포기하며 쟁점이 ‘사전 선거인단’으로 바꼈다. 손 전 대표 측은 사전 선거인단 없이 주민등록증만 갖고 투표장에 올 경우 모두 투표권을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김철근 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 등으로부터 역선택을 받을 수 있다”며 “100% 현장등록과 투표를 한 적이 없는 만큼 동원선거와 이중투표 등의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전 선거인단이 없을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관리를 위탁해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손 의장 윤석규 전락특보는 “콜센터를 통해 사전 선거인단을 모집할 경우 예상비용만 10억원이 든다”며 “후보 간 동원선거를 하지 않는다고 서약하고, 이중투표 방지 시스템을 만들 경우 걸러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손 의장 측이 사전 선거인단에 반대하는 이유는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모집하는 데 이같은 방법이 불리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윤 특보는 “모바일 투표는 민주주의 선거 4대원칙에 어긋나고 한국정치를 망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양측이 입장이 팽팽한 건 양 후보 모두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손 의장은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 모바일투표에서 문재인 후보에 크게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손 의장은 당시 모바일투표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조직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지난 1월 치른 당 경선에서 안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채이배 의원과 이용주 의원 등이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떨어지는 등 조직의 열세를 여실히 드러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 의장이 민주당 당 대표를 했을 때 서울시장 경선을 위해 채택했던 경선룰이라 안 받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경선룰 마련=바른정당은 이날 경선관리위원회를 열어 당원선거인단 30%, 국민정책평가단(국민대표선거인단) 40%, 여론조사 30%를 골자로 하는 경선룰을 의결했다.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고 유승민 의원(50% 이상)과 남경필 경기지사(20% 미만)이 신경전을 벌였지만 당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바른정당은 3일부터 대선 예비후보 등록신청을 받는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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