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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 연설 통해 소통 능력 C에서 A+로 올라"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워싱턴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의회 합동연설에서는 ‘통합’을 강조했지만, 북한에는 “매우 위험하며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 경고하고, 방미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는 “북한은 전 세계적 위협이니 중국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묘한 언행의 변화지만 아시아 정세에 몰고 올 파장은 크다.


과연 그의 의중은 무엇일까. ‘글로벌 피스 컨벤션 2017’(2월 28일~3월 3일)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찾은 에드윈 퓰너(76) 헤리티지재단 전 이사장에게 물었다. 퓰너는 ‘트럼프 싱크탱크’라 불릴 만큼 트럼프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로 1971년 첫 방한 이후 매년 2~3번씩 한국을 찾는 대표적인 지한파다.

필리핀 마닐라 메리어트 컨벤션 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뉴시스]

필리핀 마닐라 메리어트 컨벤션 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뉴시스]

글로벌 피스 파운데이션(의장 문현진)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도덕과 혁신의 리더십: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주제로 40개국에서 140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퓰너 전 이사장은 “통일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며 “나 역시 독일계 후손으로 분단의 아픔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동참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한파 에드윈 퓰너가 이끄는 #트럼프 싱크 탱크 헤리티지재단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 근거 없어"

- 이번 의회 합동연설에서 한국 관련 언급이 없었다.
“한국ㆍ북한ㆍ중국 관련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동맹국 중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 파트너들이 재정적 의무를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방위비 분담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는 분명히 이뤄질 것이다. 만약 중국이 좀 더 일찍 북한을 저지했더라면 불필요했을 것이다.”

- 사드 문제로 한중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워싱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겠지만 중국은 반대할 근거가 없다. 사드는 공격이 아닌 방어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도 동의한 것이다. 재차 말하지만 중국이 더 강력하게 대륙간탄도미사일 문제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

-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방안도 검토 중인가.
“주권 국가에서 정부 수반이, 그것도 제3국에서 가족(김정남) 암살을 지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지난달 28일 '글로벌 피스 컨벤션 2017'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에드윈 퓰너. 퓰너는 이번 컨벤션에서 '평화 증진을 위한 창의적 스콜라쉽(Innovative Scholarship for Peace Award)'를 수상했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글로벌 피스 컨벤션 2017'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는 에드윈 퓰너. 퓰너는 이번 컨벤션에서 '평화 증진을 위한 창의적 스콜라쉽(Innovative Scholarship for Peace Award)'를 수상했다. [뉴시스]

- ‘하나의 중국’ 인정으로 노선 변경한 것도 관련이 있나. 지난 연말 트럼프 대통령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은 ‘반(反) 중국’ 행보로 보였는데.
“미국의 정책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에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하나의 중국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중국식 해석이 ‘중국은 하나고, 대만은 중국에 속하며, 대만을 통치하는 것은 중국’이라면, 미국에선 ‘중국은 하나고, 대만은 중국에 속한다’에서 끝난다. 1979년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대만 국민들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미국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과 무기 거래도 가능하고, 우리는 그 틀 안에서 행동해 왔다.”

- 한국이 강대국 힘에 눌려 자주성을 잃는 핀란드화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은 60년간 혈맹관계를 이어온 한국이 핀란드화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G20 국가요, 서로 필요로 하는 파트너다. 일본 역시 한국과 더 긍정적인 파트너가 되길 원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 아메리카니즘 등 트럼프 역풍도 거센데.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역대 한국 대통령 7명을 모두 만났는데 그들은 모두 한국의 국익을 우선시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에 기반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운영 측면은 A, 소통은 C’라고 스스로 평가했지만 이번 연설로 소통 역시 A+를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마닐라=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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