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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명칭 사용권 놓고 법적 권리'엎치락뒤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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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예술의전당' 명칭을 둘러싼 서울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서울 예술의전당 측에 상표 등록을 존중, 독점적인 명칭 사용권을 인정했던 법원의 1심 판결과 달리 특허심판원이 "이 용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통 명사"라며 상표 등록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예술의전당이 1988년 서울 서초동에 문을 연 뒤 다른 지자체들이 공연장을 지으면서 같거나 비슷한 이름을 쓴 게 발단이 됐다. 서울에 이어 95년 '청주 예술의전당', 2001년 '의정부 예술의전당', 2003년에는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이 잇따라 생겨났다. 그러자 서울 예술의전당은 2004년 2월 이들 세 지자체를 상대로 각각 1억원씩의 손해배상과 상표 사용 금지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예술의전당 측은 "이 명칭은 이미 88년 12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독점 사용권이 있는데도 일부 지자체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해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예술의전당이란 표현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정 기관에 배타적으로 상표 등록을 해준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엇갈린 판결=지난해 3월 내려진 1심 판결에서는 서울 예술의전당이 승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지역 이름을 앞에 쓰더라도 기존 예술의전당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상표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3개 지자체는 명칭 사용을 중단하고 원고에게 1000만원(청주는 2000만원)씩 배상하라"고 밝혔다.

대전시 등은 이에 불복, 공동으로 지난해 4월 서울고법에 항소해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어 6월에는 특허심판 1심 기관인 특허심판원에 상표 등록 무효심판도 청구했다. 특허.상표 등 산업재산권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는 특허심판원은 최근 대전시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예술의전당이란 용어는 예술 작품을 제작.공연하고 공연장을 운영하는 서비스업을 운영하는 누구나 사용토록 해야지, 특정 기관에 독점 사용권을 주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며 "88년에 이루어진 상표 등록은 무효"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 예술의전당 측은 "특허심판원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특허심판원의 1심결(결정)에 불복하면 고등법원 급인 특허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 이름 바꾸기 비상=성남시는 지난해 1월 당시 신축 중이던 공연장 명칭을 '성남 문화예술의 전당'으로 정했다가 법원 판결이 나오자 '성남 아트센터'로 바꿨다.

지난해 '김해 문화의전당'을 개관한 김해시도 당초 '예술의전당' 등을 검토했으나 시비가 일 것을 우려, '예술'이란 표현을 제외시켰다. 그러나 2004년 공연장을 개관한 안산시는 당초 지은 '예술의전당'이란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대전.의정부=최준호.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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